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든 공직자는 오직 국민에게 봉사하며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 나가는 소명을 다해야 할 것" 이라며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先公後私) 자세로 위기를 넘어 격변의 시대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착수 이후 확산하는 검찰의 반발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선공후사는 공적인 것을 먼저 하고 사적인 것을 뒤에 한다는 말이다. 사기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진나라 소양왕이 조나라 혜문왕에게 우호를 위한 연회를 제안해 참석했는데 진왕이 조왕에게 악기를 연주시키려는 등 치욕을 당할 뻔했는데 왕을 수행한 인상여가 기지를 발휘해 무사히 회담을 마치고 돌아왔다. 혜문왕은 그를 재상으로 삼았고, 이에 명장군인 염파보다 지위가 높아졌다. 

염파는 조나라의 장수로서 나라를 위해 싸운 큰 공이 있는데 인상여가 말재간으로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올랐다며 화를 냈다. 이를 들은 인상여가 갖은 핑계를 대고 염파와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 늘 피해 다니니 인상여의 식객들이 비겁하고 부끄럽다고 했다. 

이에 인상여가 "내가 그를 피하는 것은 나라의 급한 일이  먼저이고 사사로운 원한은 나중이기 때문이다." 이 얘길 들은 염파는 인상여의 대문 앞에 찾아가 사죄했고 둘은 서로 목을 내놓아도 아깝지 않을 우정을 나눴다.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에 대해 조남철 대검 차장은 대검 내부망 이프로스에 ‘장관님께 올리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검찰 개혁의 대의를 위해 한발만 물러나 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렸다. 윤 총장의 문제를 다룰 징계위원장인 고기영 법무부 차관은 윤 총장 복귀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고 생각하지 말고 진통과 어려움을 겪더라도 윤 총장을 사퇴시키는 것이 개혁과 혁신으로 가는 것인지 선공후사의 참의미를 되새겨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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