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4단계 탑승교 제작·설치사업 입찰이 대기업만을 위한 ‘잔치’로 전락했다.

문재인정부 핵심 정책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이고 있는 것이다.

3일 공항공사에 따르면 인천공항 4단계 탑승교 제작·설치사업을 위한 물품 구매 입찰을 지난달 17일 공고했다. 탑승교는 승객과 터미널을 연결해 주는 통로로 공항 운송을 위한 핵심 기계시설이다. 입찰 추정금액은 약 800억 원으로 사업기간은 계약일로부터 2024년 10월 31일까지다.

하지만 이번 입찰에 중소기업은 참여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항공사가 공동계약에 대해서는 허용하지 않고 대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입찰규정을 채택해서다.

현재 공항공사가 적용한 입찰 내용대로라면 A기업과 B기업 단 2개의 대기업만 참여할 수 있다.

이마저도 공항공사는 B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납품실적 인정기간을 5년에서 15년으로 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운송 기계설비기술이 매년 급변하는 것을 고려하면 15년 전 실적을 적용한 것은 대기업을 위해 사실상 ‘특혜’를 준 셈이다.

이 때문에 공항기계설비를 취급하는 한 단체는 공항공사에 이 같은 입찰 방식이 아닌 공동계약이 가능한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컨소시엄 구성 규정’을 제안했지만 채택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입찰 방식이 문재인정부의 핵심 정책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과 전면 배치된다는 점이다. 동반성장은 대기업이 국내 많은 중소기업들과 함께 건전한 생태계를 구축하자는 게 주요 골자다. 동반성장 정책을 적용할 경우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함께 세계 최고의 인천공항 납품실적으로 다른 외국 공항에서도 제품 우수성을 인정받아 해외 진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같은 정부공기업인 한국수자원공사는 중소기업 입찰 참여에 적극적이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중소기업을 위해 입찰제도를 개선, 이들의 사업 참여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 관계자는 "탑승교의 경우 상시적으로 만드는 업체가 많지 않아 납품실적을 15년으로 조정했다"며 "정부 정책에 100% 따르고 있지만 이번 입찰은 다른 현안이며, 국가계약 규정에 따른 정당한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안재균 기자 aj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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