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애뜰(시청 앞 광장)이 개장한 지 1년이 넘었다. 좋은 점은 다양한 시민들이 스스로 의견을 내기 위해 광장으로 나온다는 것. 이 중 가장 ‘핫’한 것은 장정민 옹진군수의 단식 농성이다. 영흥면 외리 일원에 인천에코랜드(친환경 자체매립지)를 만드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영흥주민들은 상여까지 메고 애뜰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박남춘 시장이 장 군수의 단식이 맘에 들지 않았나보다. 단식을 시작한 날 박 시장은 인천시 당원에게 단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내용은 이랬다. "(생략)오늘 아침부터 영흥도 에코랜드 예비후보지 발표에 대해 무조건 철회를 요구하는 (옹진군수님의) 단식이 시작되었습니다. 매우 유감이고 가슴이 무겁습니다. 주민협의체를 통해 대화를 시작하자던 시의 제안도, ‘단식’이라는 극한적 방식은 안 된다는 당정의 만류도 물리친 결정이 너무 안타깝습니다.(생략)"

박 시장은 장 군수가 ‘당정’이 말렸는데도 고집을 부렸다고 봤다. 인천시당에 물어보니 ‘당정이 만류했다’는 문구는 시에서 작성했기 때문에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 시장이 ‘당정’을 핑계로 장 군수를 고립시킨 것. 여기서 매우 드문 일을 짚어보자. 문자를 인천시당에서 박 시장 명의로 대신 보낸 점이다. 서울시당도, 경기도당도 이런 일은 없다고 한다. 시도당위원장 중심이지, 시도지사 위주가 아니라는 것.

인천시당이 박 시장의 제2비서실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박 시장 비서실은 "이번 문자는 시장님이 직접 보내신 거다"라고 답변을 했다. 왜 거짓말을 했을까. 박 시장의 자서전 「드넓은 바다, 끝없는 열정」에는 전두환 대통령 시절 전두환의 친형이 운영하는 세림개발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 횟집 주인이 공유수면 매립지 보상을 두고 대립한 일화가 나온다.

박 시장은 대통령이 압력을 넣고 청와대 민정수석이 실시계획인가를 내주라고 했지만 원칙대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문제점 등을 조목조목 정리해 보고서를 만들고 횟집 주인과 세림개발을 설득하고 중재해 마침내 일을 해결한다. 1986년 10월께 부산해운항만청 근무 당시 박 시장은 "회칼보다 더 무섭고 견디기 힘든 것이 살아 있는 권력으로부터 압박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런데도 이를 중재한 박 시장이다. 이때처럼 영흥주민과 장 군수를 만나 또다시 무용담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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