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피해 아동이 신고 등을 통해 발굴되면 분리와 함께 안전한 시설에서 적절한 보호나 치료가 이뤄져야 하지만 머물 곳조차 부족하다. 돌봄교사 확보나 학대아동 치료전문시설 부재 등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면 현재 양육시설의 정원 기준은 사실상 허수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주요 통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지역에서 발생한 보호대상아동 수는 총 254명이었다. 이 중 학대피해 아동이 12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부모 이혼과 미혼부·모 등 결손가정아동이 68명이었다.

보호대상아동이 발생하면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아동복지관 등은 해당 아동을 일시보호시설이나 학대피해아동쉼터에 우선 인계한다. 아동이 일시적으로 머무는 동안 조부모나 친·인척 혹은 위탁가정, 입양희망자 등을 찾아야 한다. 만약 가정 인계가 불가능하면 공동생활가정이나 아동양육시설에 입소해 아동이 장기간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 아동학대나 장애 등 특수한 치료가 필요한 아동은 전문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인천에서 발생한 보호대상아동 254명 중 보호조치가 이뤄진 사례는 총 216명이다. 이 중 109명은 최장 3개월까지만 머물 수 있는 일시보호시설에 인계됐으며 52명은 아동양육시설, 6명은 공동생활가정으로 인계됐다. 또한 위탁가정(34명)과 입양(14명), 1명의 아동은 보호자 없이 혼자 지내는 소년소녀가정이 됐다. 나머지 38명의 아동은 시설에 입소하지 못하고 연고자에게 맡겨지거나 귀가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지역 총 9개 아동양육시설 정원은 629명으로 현원은 10월 말 기준 79%인 495명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신규 아동 입소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현재 시설 정원 수는 2015년 아동복지법 개정과 함께 조정된 뒤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개정된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양육시설들은 아동 1인당 6.6㎡ 이상의 공간을 확보해야 하며 시는 각 아동양육시설 면적에 맞춰 정원 수를 배정했다.

문제는 이 같은 면적 기준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정원 기준이 된 시설면적이 계단이나 현관 등 생활공간과 관련이 없는 곳까지 모두 포함됐기 때문이다. 계단이나 현관에서 아동들을 재울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할 때 아동들이 실질적으로 생활하는 침실 면적으로 기준을 다시 세운다면 실제 정원 수는 현재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게 시설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보육교사가 부족해 실제 정원만큼 아동을 받을 수 없다는 호소도 나온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각 시설은 7세 이상의 아동 7명당 보육교사 1명, 3∼6세 아동 5명당 보육교사 1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보육교사들의 월별 임금이 최저임금(179만 원)보다 10만 원가량 많은 191만 원에 그치는 등 열악한 처우 탓에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3교대 근무를 통해 아이들과 생활하기에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임금 기준이라는 얘기다. 설상가상으로 내년부터 아동양육시설들도 주 52시간제를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100명 이상의 보육교사를 추가 채용해야 하지만 지원자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학대피해 아동을 위한 대책은 발굴과 분리뿐 아니라 이들이 머물고 치료받을 수 있는 시설에 대한 보완 그리고 인력 보강이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 관계자는 "시에서 보육교사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교대근무를 해야 하고 업무 강도가 강하기 때문에 이직률이 높아 인력이 부족해질 때가 많다"며 "시설을 확충하거나 기능 보강을 하려고 해도 예산이나 운영법인을 확보하는 게 어려워 단기간에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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