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혜 가톨릭환경연대 정책팀장
문지혜 가톨릭환경연대 정책팀장

미세먼지로 인해 푸른 하늘을 보기 어려웠던 한국은 올 봄과 가을 유난히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많았다. 올해는 강수량이 많아 대기질이 좋아지고, 코로나19로 인한 저성장으로 에너지 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돼 자동차를 이용한 이동이 줄어든 시기에는 하늘이 유난히 맑은 것을 많은 이들이 체감할 수 있었다. 자동차 이용은 대기오염뿐 아니라 기후변화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한국 교통안전공단이 발간한 ‘교통물류 온실가스 배출량 조사 보고서’를 보면 도로·철도·해운·항공을 모두 포함한 교통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중 95%가 도로에서 발생하며 이 중 대부분은 자가용 통행에서 발생한다. 지난 2018년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기후변화에 관한 협의체(IPCC)’ 총회에서 승인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의하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아래로 유지하기 위해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45% 감축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많은 과제가 있겠지만 에너지, 산업분야에 이어 온실가스 배출량이 높은 교통부문에서 어떻게 탄소중립적 변화를 만들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먼저 교통분야의 탄소중립을 위한 기본 방향을 세워야 한다. 첫째, 전체 교통부문의 에너지 전환이다. 자동차부터 공공교통, 화물차, 선박, 항공 등 전체 교통체제에서 사용되고 있는 화석연료를 재생 가능 에너지로 최대한 전환하는 것을 중점으로 둬야 한다.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를 규제하는 정책으로 대표될 수 있는데, 이는 친환경 자동차를 장려하는 방식뿐 아니라 불필요한 교통 수요를 줄이고 친환경 공공교통수단을 늘려가는 방향이 함께 가야 한다.

영국 런던은 ‘초저배출구역(ULEZ, Ultra Low Emission Zone)’을 지정해 배기가스 배출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차량에 일 단위로 교통 혼잡 부담금을 부과하고, ‘엑티브 트래블 잉글랜드(Active Travel England)’라는 정부조직을 설립해 걷기와 자전거 타기 중심의 여행을 장려하고 있다. 또한 런던시의 자치구 중 자동차 의존도가 매우 높은 외곽 지역 3개 자치구(월섬 포레스트, 킹스턴, 엔필드)를 선정해 자전거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갖춰 성과를 이뤄냈다.

네덜란드는 인구가 1천700만 명에 등록 자전거 숫자가 2천300만 대이다. 작년부터 향후 3년 내에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을 20만 명 더 늘리기 위해 국토부가 ‘자전거 전용 고속도로(Cyclist freeway)’ 15개 노선을 개발하고, 자전거 주차공간과 보관시설을 조성하는 등 자전거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또한 기업이 직원들의 자전거 구입자금을 지원하거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자전거를 중심으로 한 교통부문 탄소중립 정책 행보를 적극적으로 보이고 있다.

둘째, 공공교통체계 확대와 도시 재설계이다. 탄소중립 도시 교통정책의 우선순위가 자동차가 될 때, 탄소감축은 미비한 성과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 친환경자동차라 해도 결국 발전을 통한 전기 생산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이용 증가는 자동차 중심의 도시 설계 및 인프라에 그 이유가 있다. 이동거리와 편의를 고려해 도시디자인을 개편하고 공공교통(버스, 지하철, 택시, 공용자전거, 장애인콜택시 등 교통기본권을 보장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해도 충분히 편리하고 안전한 도시로 만들어가야 한다. 도시 내 시민들의 이동경로와 생활방식을 고려한 도시 디자인과 이에 맞물린 공공교통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프랑스 파리는 올해 토지 이용과 교통 계획을 통합한 ‘파리를 위한 선언(Le manifeste pour?Paris)’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파리 전역 도로의 운행 속도를 30㎞/h로 제한하고, 주차장 면적의 절반을 축소해 공원을 조성하며, 차선 수를 줄여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을 늘리는 등 공공교통수단이 편리한 공간으로 도시를 재설계했다. 또한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으로 인한 이동제한(Lockdown) 상태에서도 도시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15분 도시(Ville du quart d‘heure)’ 계획을 수립했다. 

콜롬비아 보고타의 경우 남미에서 가장 전기버스를 많이 보유한 도시이다. 전기버스를 통한 공공교통체계 구축과 자전거와 친환경 모빌리티의 교통수단 분담률 50%를 목표로, 기존 자전거 전용도로 550㎞에 280㎞를 추가하겠다는 건설 계획을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교통분야 탄소중립은 이미 전 세계적인 추세이며 이미 성공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2050 탄소중립 사회를 이루기 위해 화석연료의 대체적 교통정책이 아닌 시민들의 일상을 반영한 교통체계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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