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석 팩토리업(주)대표
한노석 팩토리업(주)대표

한때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던 공장건물이 이제는 하루에 절반도 돌아가지 않는다. 그동안 일감을 주던 대기업은 해외로 떠나고, 그나마 남은 일감은 중국에 빼앗기고 있다. 제조업이 전성기를 뒤로 한 채 일몰로 접어드는 것 같다. 어느 제조기업 대표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훨씬 더 경쟁적이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라고 말한다. 왜 이렇게 됐을까? 그 원인을 3가지 문제에서 찾았다. 첫째, 우리나라 경제의 낮은 성장률이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작년에는 2.1%를, 올해는 1.9%를 전망했는데 연초부터 코로나19가 나타나는 바람에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벌써부터 많은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낮은 성장이 소비를 위축시키고 또 소비가 위축되면 내수와 수출이 부진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기업들의 경쟁이 매우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제조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둘째, 신흥국가들의 높은 생산력이다. 과거 2차 산업혁명시대 대표적인 공장구조는 전문화된 분업구조다. 문제는 이 구조를 중국, 베트남, 인도 등 신흥국가들이 모두 갖췄다. 그리고 거기서 싸고 좋은 소위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쏟아내면서 우리와 40~50년을 거래했던 구매자, 주문자들을 모두 데려가고 있다. 왜 대응을 못할까? 결국 가격을 맞춰주지 못하는 것에서 원인이 있다. 이것이 우리 제조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셋째, 우리 공장들의 낮은 창의력이다. 현재 산업단지 안에는 수천 개의 공장들이 모여 있다. 그리고 요즘 많이 짓고 있는 아파트형 공장 안에도 수백 개의 공장들이 모여 있다. 문제는 아직도 거기서는 융합과 협업, 그리고 공유가 불가능하고 따라서 새롭고 가치 있는 제품들이 나오지를 못하고 있다. 창의력이 낮으니까 미래가, 새로운 게, 가치가 안 보이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제조업을 가장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럼 우리 제조업이 다시 부흥할 수 있을까? 지금은 과거의 영광을 되돌아 볼 시간이 없다. 우리의 강점인 지적과 인적 자본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공장구조가 절실할 때다. 

공장에 강력한 창의력을 갖출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4가지를 바꿔야 하겠다. 첫째, 공장 정의를 바꾸자. 과거 공장은 ‘원료나 재료를 가공해 물건을 만들어 내는 설비를 갖춘 곳’으로 정의했다. 한마디로 물건을 만드는 곳이다. 이는 2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정의인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4차 산업혁명시대다. 생산력만 갖고는 살아 남지 못한다. 따라서 공장의 정의를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곳’으로 바꾸자. 

둘째, 공장 건물을 바꾸자. 그동안 공장건물은 특정한 단일제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따라서 대부분 전용성 건물이다. 그러나 이제는 공장건물이 제품을 만드는 장소 역할만 가지고는 안 된다. 연구, 개발, 생산, 전시, 판매, 마케팅까지 모든 산업 요소를 갖출 수 있는 호환성 건물로 바꾸자. 셋째, 공장 구조를 바꾸자. 공장의 경쟁력은 생산력과 창의력이다. 그런데 기존 공장구조는 전문화 된 분업구조로서 생산력은 좋은데 창의력이 낮은 것이 문제다. 따라서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공장구조로 바꾸자. 전문화된 분업구조에서 융합화 된 협업구조로. 

마지막으로 경쟁 시장을 바꾸자. 제품의 3대 경쟁력은 가격과 품질, 그리고 가치다. 그런데 여기서 가격은 이미 신흥국가들에게 뒤처졌고 품질은 다 똑같아졌다. 따라서 이제는 가치만 남았는데, 이 가치를 가지고 승부를 낼 수 있도록 경쟁시장을 바꾸자.  저가시장에서 고가시장으로. 이렇게 하면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고 여기에 새롭고 가치 있는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이것이 ‘시스템 혁신공장’이다. 

시스템 혁신공장은 다양한 기업에서 새로운 사고 방식을 얻을 수 있고,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으며, 또한 효과적인 융합과 협업으로 개별의 이점과 협업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나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업들 간에 상호 신뢰가 구축되고 발전적인 경쟁을 통해 경쟁 우위가 조성되면 제조업의 부흥이 다시 시작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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