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철 인천경찰청 교통계장
백승철 인천경찰청 교통계장

해외 매체에서 우리나라의 신속한 코로나19 대처에 대해 연일 호평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IT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빨리빨리’ 문화가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크게 발휘됐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빨리빨리’ 문화 뒷모습에는 우리나라의 후진국형 교통안전 수준이 숨겨져 있다. ‘빨리빨리’로 인해 교통정책은 차량 중심으로 만들어지면서 지난 2018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는 OECD 평균인 1.1명을 훌쩍 넘어 2.9명으로 28개 국가 중 27위라는 불명예를 안겨준 것이 우리 교통문화의 현주소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3년간 교통사고로 하루평균 5명에 가까운 보행자가 사망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사고가 폭 9m미만 생활도로에서 발생했다. 동네 골목길을 걷다 목숨을 잃은 사람이 평균 2.5명이나 된다. 정부에서는 차량 중심에서 사람 중심 교통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안전속도 5030’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안전속도 5030’은 차량으로 인한 교통사고 가능성과 심각도를 줄이고 보행자·자전거 등 교통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심부 도로 제한속도 기준을 특별히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차량 제한속도를 넓은 시내 도로는 시속 50㎞, 좁은 이면도로는 시속 30㎞로 하향해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의 교통사고 줄이는 보행자 중심의 교통정책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인천시 외곽의 물류중심지인 남동산단, 공항 주변 등은 현행 제한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속 60㎞ 주행 중 차량과 보행자가 충돌하는 경우, 보행자 10명 중 9명이 사망하지만, 시속 50㎞로 속도를 저감할 경우 보행자 10명 중 5명만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우리나라보다 20~30년 빨리 도심부 제한속도를 낮춘 영국 런던, 미국 뉴욕, 일본 도쿄 등 교통사고 사망자는 10년 전보다 각각 52%, 29%, 51% 감소시킨 사례가 있는 등 도심부 차량 제한속도를 제한하는 것이 교통안전을 확보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이 입증됐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12월 16일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전면시행할 예정으로, 변경된 제한속도에 맞춰 교통안전시설 변경·신설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비록 코로나19로 이달 초 인천경찰청, 지자체 등에서 계획했던 대대적인 대면홍보는 시행하지 못했으나, 인터넷·라디오·대중교통 등을 통한 비대면 홍보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또 제한속도가 변경되거나 무인단속카메라를 신설한 지점은 3개월간 단속을 유예하고, 교통법규 준수 안내문(계도장)을 발송하는 등 시민 수용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인천시내 구간의 실제 주행 조사 결과, 시속 60㎞와 50㎞ 차량 간 시간 차이는 2분 내외로 경미하고, 지난해 인천시 ‘안전속도 5030’ 시범운영 구간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33%가 감소하는 등 교통안전 확보의 주요 요인으로 판단됐다. ‘안전속도 5030’ 정책으로 인한 교통불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지금의 작은 불편보다는 내 가족의 안전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차량중심의 ‘빨리빨리’ 문화를 벗어나 사람중심의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시민들 모두가 함께 참여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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