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추천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이 지난 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 통과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측 추천위원들의 찬성이 없이도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가능하게 됐다.

공수처법 제정 당시에는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처장 후보를 추천하도록 해 야당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하면 처장 후보를 낼 수 없었으나, 이번 법 개정으로 추천 요건이 완화돼 야당이 반대해도 후보를 추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개정안 통과를 기점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1호’인 공수처 출범이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개정안이 통과된데 대해 "늦었지만 약속을 지키게 돼 감회가 깊다"며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임명, 청문회 등 나머지 절차를 신속하고 차질없이 진행해 2021년 새해 벽두에는 공수처가 정식으로 출범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여당은 문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내년 새해 공수처 출범을 위한 속도전에 들어갔다. 조만간 후보추천위원회를 재소집해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선정하는 등 공수처 출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법안 통과 다음날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소집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공수처장은 추천위원회 위원 7명 중 3분의 2이상의 찬성으로 2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택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된다.

비토권은 중립적인 공수처장을 선출하자는 취지에서 여야의 합의로 만든 장치이다. 법 제정 1년도 안 돼 비토권을 무력화 했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비난을 면키 어렵다. 특히 이번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보인 민주당의 행태는 의회민주주의를 무색케 했다.

공수처는 검경수사권 조정과 함께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공수처 출범의 목적과 부여받은 사명은 고위 공직사회에 만연한 특권과 반칙을 없애는 것이다. 이러고서도 공정성과 중립성,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런지 의문이고 걱정이다. 

 여당은 이런 우려가 불식될 수 있도록 공수처장 추천에 있어 편향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을 인사를 추천하고, 문 대통령은 그 적임자를 신중히 선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소모적 논란을 더는 야기하지 않아야 한다. 공수처가 초헌법적 국가기관이 아닌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국가기관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남은 절차만이라도 중립성과 독립성, 공정성 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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