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옥 인천시 북부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 학교폭력 전문상담사
안홍옥 인천시 북부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 학교폭력 전문상담사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그 얘기로/ 넌 핑계를 대고 있어/ 내게 그런 핑계를 대지 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니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

90년대 초 엄청나게 유행했던 김건모의 히트곡 ‘핑계’ 가사의 일부다. 학교폭력 현장에 다수의 친구들이 폭행 장면을 구경하며 한 학생은 친구의 폭행피해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친구들 단체방에 올렸다. 둘이 싸우다 심한 피해를 입은 학생과 학부모는 폭행 피해보다 폭행을 당하는 부끄럽고 자존심 상한 모습을 수많은 친구들이 영상으로 봤다는 정신적 충격으로 수개월째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영상을 촬영한 학생은 "그냥 별 생각 없이 촬영했고 단체방에 올렸다"라고 답하고 그 현장에서 구경했던 친구들도 별 생각 없이  방관했다고 답한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 라는 우리 속담도 있듯 단 둘이 싸웠던 친구보다 싸움 현장에서 구경하고 동영상 촬영까지 해 현장을 못 본 친구에게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친절까지 베푼 친구에 대한 배신감은 실로 컸을 것이다. 피해학생은 폭행 가해 학생과 구경한 학생들 또 영상을 촬영했던 친구들에게 위 노래를 들려주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수많은 학교폭력 예방 전문가들은 학교폭력 발생을 억제하는 것은 한결같이 "학생들 스스로 학교폭력을 방관하고 못 본 체하는 풍습을 고쳐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인터넷 속에서 일어나는 명예훼손의 경우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 또는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형법상 명예훼손죄보다 가중해 처벌하고 있다. 이처럼 악성 댓글을 작성한 행위에 대해 형벌이 규정돼 있음에도 가상공간 속에서 행동이 범죄가 된다는 인식이 학생들 대부분 부족한 상황인데 이러한 행위는 모두 처벌받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 다른 실제 사례다. 1년 이상 교내에서 만날 때마다 어깨를 부딪치며 괴롭히는 피해를 참다 못해 학교에 신고했는데 가해학생의 말은 "그냥 별 생각 없이 장난이었고 상대가 말하지 않아서 자신이 큰 피해를 준다고 생각지 않았다"라는 진술을 하는 학생이 있었다. 

1년 이상 자신이 친구를 괴롭혔다는 사실을 상대의 신고에 의해 깨닫고도 반성을 뼈저리게 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진다. 피해학생은 1년 이상 계속되는 이런 사실을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일체 알리지 않았다. 금쪽 같은 착한 아들이 1년 넘게 그런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고 혼자서 고통을 참아 왔다는 사실을 안 엄마는 당사자보다 더 괴로워하신다. 몇 번 참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다 싶으면 과감히 상대에게 싫다는 표현과 선생님이나 부모님의 도움을 요청해서 해결하려는 의지와 용기를 가졌어야 했다. 

우리가 각자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데 있어 지나친 건강 염려증도 문제지만 적절한 검진과 예방수칙 준수는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듯 학교폭력도 사안이 가벼운 경우는 상대와 적절히 화해하고 설득도 해보고 상대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소통 정신도 필요하지만 상황이 지속되고 심각해진다고 생각될 때는 과감히 노출해 상대가 부당한 행위를 하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잘못된 습관이 병이 되고 사소한 병은 우리 몸속에서 스스로 치유 능력이 어느 정도 있으나 조기 발견해 약을 먹어 치료하거나 때론 수술이라는 강력한 충격요법이 필요하듯이 말이다. 그 시기를 놓치면 사전 예방보다 몇 배의 희생이 뒤따르듯이 학교폭력도 마찬가지다. 사전 예방과 조기 수습만이 가장 좋다. 나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일그러진 영웅도 약한 동료가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도 못 본 척, 모른 체하는 비겁한 방관자도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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