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오는 사람들은 길을 헤매기 십상입니다."

17일 오전 11시께 수원역 2층 대합실. 하루 14만여 명의 승객들이 이용하는 만큼 곳곳에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음에도 불구, 일부 이용객들이 다른 보행자들에게 길을 묻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경부선 기차에서 내린 뒤 안내판을 따라 대합실을 20여 분간 떠돌던 한 노인은 길을 물어볼 때마다 지리가 익숙한 보행자들에게 답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취재진이 지하에 위치한 전철역으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안내하고 나서야 올바른 길을 찾아갈 수 있었다.

이날 취재진이 수원역 2층 내부를 돌아다니며 안내판을 확인한 결과, 기차를 이용한 뒤 1호선 또는 수인·분당선 등 전철로 환승하기 위해 이동하는 동선에 대한 안내가 부족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 뿐만 아니라 안내판은 수원역 맞은편 ‘로데오거리’로 이어지는 11·12번출구를 비롯해 버스 노선 60여 개를 이용할 수 있어 이용객이 가장 많은 13번출구조차 표기되지 않은 부실한 상태였다. 이 밖에도 이용객 편의를 위한 시설이 표기되지 않아 처음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수원시정연구원의 ‘수원역 이용자 보행시간 단축을 위한 행동패턴 분석 연구’에 따르면 수원역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시민과 그렇지 않은 시민의 행동패턴을 분석한 결과, 처음 수원역을 이용한 시민들이 안내표지를 인지하고도 올바른 정보를 얻지 못하면서 주변을 헤매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험은 최근 3년 내 수원역을 이용해 본 적이 없는 시민과 주 1회 이상 수원역을 이용하는 시민 총 28명을 대상으로 아이 트래커와 녹화기기 등을 착용하고 진행됐다. 처음 수원역을 이용한 기차 이용객들의 이동거리는 241m, 역내 지리에 익숙한 시민들의 이동거리는 104m로 2배 이상 차이가 났으며, 소요시간은 각각 평균 57분과 9분으로 6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올해 분당선 이용 후 수원역 환승센터로 이동하는 고객에 대한 안내를 강화하기 위해 5천여만 원을 들여 안내표지 디자인 개선 및 정비를 시행한 바 있다"며 "추후 안내표지의 디자인, 설치 위치, 시인성 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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