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운 객원논설위원
이명운 객원논설위원

시민과 국민을 위한다는 시민단체들이 인천에도 전국에도 다양한 이름으로 존재하고 지금도 생겨나고 있다. 시민들의 의식도 높아졌고, 참여 인원도 다양하고 많아졌다. 구성원이 다양해지다 보니 의견수렴과 진행 방법도 처음 시작의 방향을 잃어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단체의 몸집이 커지고 다양한 의견 결집 과정에서 분가를 하거나, 다른 형태로 변화하기도 한다. 처음 시작의 마음을 유지할 때 우리 사회 등불이 되고, 사회의 안내자이며 우리의 든든한 응원군이 될 것이다. 

초심을 잃어가는 시민단체나 시민단체 연합을 보면서 슬프기만 하다. 하나의 단체로 목소리를 내기 힘들 때 성격이나 방향이 같은 단체들이 모여 00 연대나 00공동연합으로 몸집을 불리게 된다. 

정의기억연대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37개 여성단체들의 결의로 출발한 재단법인이다. 매주 수요일마다 집회로 그들의 목소리를 오랜 시간 차분히 전달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살아 계실 때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받기 위한 조용한 울림이다. 하지만 윤미향 사건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좋지 않은 소리에 시달리고 있다. 초심은 분명 이러한 오명이 아니고, 우리 가슴에 바로선 역사를 알리고 싶었음이었을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그들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분노했다. 법리적인 판단에서 유죄 무죄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할머니들의 어려움을 이용한 자신의 욕심을 채운 것(?)이라는 점이다. 이 사건을 국민정서가 어떻고, 법리적 판단이 옳다 그르다라는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실세라고 봐주고 약하다고 잡아넣는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2018년 사랑의 열매가 국민들의 성금을 유용한 문제로 구설수에 오른다. 사랑의 열매 비리사건으로 어려운 이웃은 더 어려워졌다. 

조직이 방대해지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하게 행동하면서 불거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인천에서도 주민참여예산에 대해 위탁업체를 선정하면서 일부 잡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겁한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진흙탕이 되고 썩은 물이 된다. 썩은 사회를 맑게 하는 것이 시민단체였다. 권력의 그늘에서 자신을 감추고 욕심만을 따라간다면 그것은 생명을 잃은 껍데기 단체가 되는 것이다.

쑥이 삼밭에서 자라면 붙들어 주지 않아도 곧게 자라고, 흰 모래가 진흙 속에 있으면 함께 검어진다(蓬生麻中 不扶而直 白沙在涅 與之俱黑)는 「순자(荀子)」 권학(勸學) 편에 나오는 구절이다. 하찮은 쑥도 삼과 함께 있으면 삼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니, 사람도 어진 이와 함께 있으면 어질게 되고 악한 사람과 있으면 악하게 된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시민단체는 아니지만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세탁소에서 다음과 같은 A4 용지에 투박한 글씨로 쓴 종이가 붙었다. "면접을 위해 깨끗한 옷이 필요한 실업자라면 무료로 드라이클리닝을 해드립니다(IF YOU ARE UNEMPLOYED AND NEED AN OUTFIT CLEAN FOR A INTERVIEW. WE WILL CLEAN IT FOR FREE)". 이민자인 세탁소 주인 카를로스 바스퀘즈는 평소 손님들에게 받았던 감사한 마음을, 거창한 방법이 아닌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되돌려 줬다고 한다. 바스퀘즈의 무료 드라이클리닝은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미국 전역에 있는 다른 세탁소에서도 자체적으로 기부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미국으로 번져나갔다고 한다.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힘이 돼 준 카를로스 바스퀘즈. 

그 덕분에 치열한 취업 전쟁에 지쳐 자존감이 떨어져 있던 청년들의 마음에 빛이 돼 준 기사였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으로 미국 청년들의 자존심을 세우고 그것이 확산돼 자신의 직업으로 이어지고…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으로, 시민을 위해서 탄생한 단체라고 한다면, 마중지봉(麻中之蓬)도 그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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