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인천대 외래교수
김준기 인천대 외래교수

프레임은 사물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자 세상을 판단하는 인식의 틀이다. 따라서 이 창과 틀로 파악되는 대상은 극히 주관적이고 제한적이며 개별적이다. 그래서 한번 머리에 물들면  맹목적인 아집과 일방적인 독선에 빠지기 쉽다. 

어떤 사태를 파악하는 태도, 상대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 자신의 주변에 대한 관점 등을 비롯해 심지어 자기 자신에 대한 고정관념조차도 모두 프레임의 범주에 속한다.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로서의 프레임은 특정한 방식과 일정한 방향으로 세계를 보도록 유도하는 조력자나 후원자의 역할도 하지만 이와 동시에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를 규정하고 제한하는 감시자나 통제자의 역할도 수행한다. 

이 정부는 소득주도라는 해괴한 정책을 추진하려다 결국 가난한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었다. 저소득층은 일자리를 잃었고 못사는 사람들은 더욱 빈곤한 상태에 직면했다. 비현실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 또한 이 정부 들어 더욱 멀어졌으며 약자 편을 표방하던 입장이 무색하게 소득과 자산 격차가 역대 정권 가운데 가장 크게 벌어지고 있는 중이다. 

거짓말도 일삼는다. 부동산만은 자신 있다던 확신은 서울과 지방, 강남과 비강남,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불신을 사고 있다. 광화문 청와대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선서는 지지층만 챙기는 허언으로 전락했다. 나누겠다던 권력은 제왕적 대통령에게 더욱 집중됐고 지난 정권의 적폐 청산에 앞세웠던 검찰을 자기들을 수사한다는 이유로 검찰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적폐의 대상으로 몰고 있다. 검찰의 사법권력 남용을 막겠다고 설치하는 대통령의 친위 조직인 공수처는 이제 그 누구도 견제할 수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등장이 예고되고 있다. 

한편, 페미니즘 대통령을 표방하더니 자기 편의 권력형 성폭력에 대해서는 사과 한마디 없이 애써 외면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도 법안 강행 처리에 앞서 여당은 최소한의 토론 절차를 거치고 법안 내용도 밝혔다. 하지만 지금의 집권 세력에게 날치기 법안 통과는 일상적인 과정이 돼 버렸다. 전 정권에 대한 사법처리는 정의이고 자신들에게 내려지는 불리한 판결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자의적인 판단이라고 분노하고 시대착오적인 결과라고 맹비난한다.  

의석수에 취해 자제력을 상실하고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마저 무시한 채 대한민국이 온통 자기들 것인 양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밝힌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는 인천 공항 사태에서는 편향된 기회로, 각종 법안 처리에서는 불법적 과정으로, 그토록 자신만만해 했던 부동산 정책에서는 왜곡된 결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 편향에 빠져 여전히 이러한 심각한 사실을 애써 거부하는 시각들도 있다. 

대한민국은 주관적 세계관에서 객관적 세계관으로 넘어오는 근대를 주도적으로 경험하고 학습하지 못한 까닭으로 근대 의식에 취약하다. 일정한 프레임에 막혀 정해진 의미와 고정된 가치를 그대로 세상에 적용하던 시대가 중세였다면 근대는 신이 가졌던 주관의 총화가 인간의 객관적인 인식 능력으로 대체된 시대다. 객관적 사실을 통해 의미를 생산하는 것이 근대의 꿈이었지만 우리는 식민지 장벽에 막혀 그 기회를 상실했다. 객관이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벌어졌거나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제삼자의 처지에서 있는 그대로 보거나 생각하는 일이다. 이러한 태도는 이른바 나만 옳고 너는 그르다는 뜻의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벗어나 독립적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여당과 현 정부를 비롯해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과 잘못을 눈감아 주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아무리 언론이 사실을 제시하고 사법부가 유죄 판결을 내려도 믿지 않는 카산드라 신드롬도 결국 이념적 프레임에 의한 비상식적이고 왜곡된 현상이라는 혐의를 지우기 어렵다. 자기 편의 이익에 반대하고 자신들의 이념에 저항하는 상대를 권력으로 처단하고 싶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다. 아무리 센 힘도 민심 앞에 한낱 위태로운 등불임을 지난 정권의 몰락에서 보고 그 덕택으로 집권했음에도 천지 분간이 안 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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