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녕이란 인물은 소설 속에서 그리 빛나는 역할이 없었지만 난세를 살다 간 상징적 인물로 꼽을 수 있다. 젊은 시절 그는 협객을 좋아해 무리지어 다니면서 나쁜 짓도 많이 했다. 그러다가 유표에게 의탁했으나 과거 행적 탓에 중용되지 못하다가 오나라 장수 농조를 죽여 공을 세웠다. 

하지만 유표 진영에서 인정해주지 않았고, 소비라는 인물이 길을 터줘 손권 진영으로 갔다 마침내 강하 공략전에서 큰 공을 세우게 돼 당시 포로였던 소비를 구했다. 만일 소비가 배신하면 자신의 목숨을 내놓겠다고 서약까지 하면서. 이후 능조의 아들 능통이 말에서 떨어져 적장에 의해 목이 잘리기 직전 구해내는 바람에 옛 원수의 감정을 풀고 절친이 됐다. 젊은 시절의 못된 짓을 개과천선하고 친구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걸었고, 복수심에 불타는 능통을 구해내는 태도에 감녕은 일약 사내대장부의 모범처럼 칭송됐던 것이다. 

난세는 어지럽다. 언제 친구가 적이 되고, 적이 동지가 될지 모른다. 그런 시대에 감녕은 의리와 기백을 잃지 않고, 은혜에 보답하며 원수도 껴안을 수 있는 도량까지 보여줬다. 진영논리에 갇혀 내로남불이나 주장하는 판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는 금태섭·안철수 등을 보며 문득 감녕 생각이 났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