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임대인을 악으로 매도하고 이들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맞는 말이지만, 소상공인들은 지난 1년 집합제한 및 집합금지 등 고강도의 방역조치에 묵묵히 고통을 떠안아 왔음에도 이들의 재산권 침해는 다수의 안전이라는 방역논리에 묻혀 왔다.

이런 상황에 임대료 감면운동이 마치 임차인과 임대인의 ‘편 가르기’처럼 비춰진 것은 근본적으로는 고강도의 방역조치나 임대료법 개정안이 아니라 제도의 부재 때문이다.

즉, 사회재난 및 자연재난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큰 타격을 입는 약자에 대한 제도적 보호망을 마련해야 하는 필요성이 강하게 존재한다.

재난은 분담할 수 없을지라도 재난의 고통은 제도를 통해 분담할 수 있는 만큼 지금처럼 재난의 고통을 소상공인이 일방적으로 감내하게 하고 폐업 위기까지 방치하는 것은 공공의 직무유기다.

임대료는 첨예한 문제인 만큼 이 새로운 제도를 정부와 국회 주도 하에 공론화하고 각 경제주체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이는 이재준 고양시장이 6일 정부를 향해 "착한 임대인을 찾기 전에 착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공개 촉구하며 담아낸 제언이다. 이 제언의 주요 골자는 50% 이상은 임대인에게 또 다른 부담을 떠넘기는 꼴인 만큼 집합금지 시 30%, 집합제한 시 15%의 임대료 감면 조치이다. 또한 대출을 받아 건물을 매입한 ‘생계형 임대인’을 위해 상환 유예, 이자 상환 연기 등으로 손실을 보전하고 임대료 감면 시 임대인의 소득세나 법인세에서 50%를 감면하는 조세제한특별법의 특례규정을 상시규정으로 개정해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살펴보면 새해 첫날 대구의 한 헬스장 관장이 생활고에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임대료 인하 논의’의 불씨가 재점화됐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수많은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자영업자에게 얼마나 큰 부담감을 안겨 주고 있는지 고스란히 나타낸다. 고양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임모(44)씨는 월 임대료 90만 원을 내고 있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1천 명을 넘나들자 테이블은 눈에 띄게 비었고 오후 9시까지 집합제한도 계속되는 상황에 "가게 보증금을 다 차감하고 길바닥에 나앉을 판"이라며 울먹였다. 지금 소상공인들의 힘든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준다.

현재 국회는 코로나19 등 재난으로 영업중단 조치가 내려질 경우 임대료를 전액 감면하는 것을 골자로 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재산권 침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표류하고 있다. 또한 임대료 전액을 받지 못하게 되는 임대인의 손실 보상방안 역시 마련돼 있지 않다.

이러한 시점에 지난해 말 소상공인에 대한 임대료 감면 법 개정을 촉구하며 청원운동을 이끌어 온 이재준 시장이 "임차인이나 임대인 어느 한쪽에 부담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가 사회적 합의를 주도하고 제도화해야 한다"고 촉구한 목소리는 사회적 공감 확산 및 큰 반향을 불러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양=조병국 기자 chob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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