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 테크노밸리 부지에 대한 토지보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6일 인천시 계양구 부지 일대에 금융상품과 대토보상 상담 홍보 현수막 등이 걸려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계양 테크노밸리 부지에 대한 토지보상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6일 인천시 계양구 부지 일대에 금융상품과 대토보상 상담 홍보 현수막 등이 걸려 있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동네 여기저기 나붙은 현수막을 보면 참 허탈하죠.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현실적인 보상을 받기 위해 많은 주민들이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기운이 빠집니다."

6일 오전 10시 찾은 인천시 계양구 계양테크노밸리 3기 신도시 예정지. 최근 이곳에 대한 토지 보상이 본격화되면서 전혀 다른 두 개의 풍경이 나타나고 있다. 한쪽에서는 현실적이지 못한 토지보상금의 재감정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외침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보상이 본격화되면서 시중에 풀리는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은행들의 유치전이다.

해당 예정지 도로와 일대 은행에는 ‘토지보상예금 상담 환영’, ‘원스톱 세무상담 수수료 무료’ 등 금융 관련 현수막이 대거 걸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오는 3월 말까지 계양테크노밸리 내 토지소유주에게 협의보상가를 개별 통지하고 토지 보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은행들이 현수막 등의 홍보물을 게재한 이유는 해당 지역에 풀리는 막대한 토지보상금 때문이다. 지역 부동산업계는 계양테크노밸리 예정지에 풀리는 토지보상금 규모를 1조1천500억 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토지보상금 수령인이 증가하게 될 경우 자산 관리 회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낮은 금리로 예금 고객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토지보상금을 수령한 주민들은 시중은행이 이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한다. 해당 지역에는 1천120명가량의 토지소유주가 보상 절차 대상이다.

반면 토지주들로 구성된 ‘인천계양공공주택지구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의 제3기 신도시 지정 이후인 2019년부터 턱없이 낮은 토지감정가에 대한 재감정을 요구하면서 박촌농협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비대위는 주민재산권 대책 전무와 원주민이 배제된 계양테크노밸리 구상 등을 이유로 정부와 LH 등을 상대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비대위는 이날 6명의 집행부를 새롭게 구성하고 LH에 재감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 토지주는 은행들의 영업행위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출했다. 토지주 A(69)씨는 "주민들이 어떤 난리를 쳐도 결국 정부나 LH가 진행시킬 것을 안다"며 "거액의 토지보상금이 풀린다는 사실을 안 금융기관들이 현수막을 걸어 놓은 것 같은데, ‘달걀로 바위 치기’ 격인 싸움인 걸 알면서도 생존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주민들은 아무래도 곱지 않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고 말했다.

주민 B(54)씨는 "집행부를 새롭게 구성해 토지 재감정과 보상 현실화를 재차 요구하는 단계에서 지역 곳곳에 이런 현수막이 걸려 주민들이 동요하고 있다"며 "투쟁에서 이탈해 ‘적은 보상금이라도 받고 나가자’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민들이 관계 기관과 다투는 보상 문제는 우리와 관계없는 이야기"라며 "거액의 보상금이 한꺼번에 다수에게 지급되는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커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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