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수 인천문인협회 회원
정이수 인천문인협회 회원

일소(一笑) 일소(一少), 한 번 웃으면 한 번 젊어진다고 했던가. 사전적 의미를 차치하고라도 웃어서 욕을 먹거나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웃으면 복이 온다거나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둥 웃음에 대한 속담이 많은 것도 어쩌면 그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일소 일소, 그 어느 때보다 웃음이 필요한 요즘 할 수만 있다면 코로나19보다 더 전염이 강하고 빠른 웃음 바이러스를 마구마구 퍼트리고 싶다.  

나이 듦의 현상인가, 아니면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우울모드 때문인가. 점점 웃을 일이 줄어드는 것 같다.

뉴스를 봐도 우울한 소식이 대부분이고, 오가는 사람들로 활기차던 거리도 썰렁하기만 하다.

12월이면 홍수처럼 쏟아지던 출판기념회도 송년회 모임도 모두 취소되고 가까운 사람들과 밥 한 끼 먹는 것조차 눈치가 보일 정도이다.

눈에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놀이터를 잃은 아이들, 일터를 잃은 직장인, 이제는 생필품을 사러 마트에 가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보니 삶의 질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이다.

혼밥, 혼술이 대세인 요즘 답답한 마음 힐링을 핑계로 홀로 여행이라도 계획해 봐야겠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냉장고를 뒤적여 반찬을 만들고 앞뒤 베란다 청소를 하고, 옷장 정리 등 끝이 없는 집안일에 시간 투자를 해본다. 묵은 먼지가 사라지고 정리정돈 된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볼 때면 아주 잠깐 숨통이 트이는 것도 같다.    

"밖의 날씨 어때요. 올 들어 가장 춥다고 하던데?"

"응, 여름보다는 조금 추운 것 같아."

외출에서 돌아온 남편이 툭 던진 농담 같은 참말에 배를 잡고 웃었다. 영하의 날씨가 아니라도 겨울 날씨가 여름보다 추운 건 사실이니까.

평소 말수가 적은 남편, 경상도 남자 특유의 무심한 듯 무뚝뚝한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였다.

가끔 남편의 아재개그에 맞장구를 쳐주는 것도, 오버 리액션으로 허리를 반으로 접으며 웃는 것도 이제 내 몫이 됐다.  

며칠 전의 일이다. 속이 안 좋아 소화제 먹는 내게 곁에 있던 남편이 한마디 한다.

"어쩌면 먹어보라는 소리도 없이 자기 혼자만 먹어?"

목으로 넘어가던 알약이 도로 튀어나올 뻔했다.

그래, 웃자 웃어.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는데 당장 웃을 일이 없으면 지난 일을 들추거나 일부러 만들어서라도 웃어보자.

바이러스 때문에 하늘 길 물길이 막혀 답답한데 갈래갈래 웃음 길이라도 만들어 보자.

만날 수 없다면 전화통이라도 붙잡고 있자. 즐거웠던 지난 일들을 들춰보며 웃음보따리를 풀어보자.

건강원에 들러 염소탕을 부탁하면서 거기에 잔소리 안 하는 약을 첨가해 달라던 남편의 조크. 아재개그가 싫지 않은 건 왜일까?

염소탕보다 더 보약 같던 남편의 그 말을 곱씹어 본다. 그렇더라도 이 잔소리만큼은 확실하게 건네고 싶다.

"건강 챙기세요. 남편님!"    

▶필자 ; 2002년 『월간문학』 수필 신인상/2014년 『한국소설』 신인상/2000년 수필집 『문자메시지 길을 잃다』 출간/2016년 소설집 『2번 종점』 출간/2016년 소설집 공저 『인천, 소설을 낳다』 출간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