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파가 이어진 11일 인천 연수구 송도 센트럴파크 토끼섬의 모습. 동물보호단체는 최근 토끼섬의 개체수 조절 문제와 사육환경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개선 및 점진적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홍봄 기자

인천시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 내 토끼섬에 사는 토끼들이 개체 수 조절 없이 번식하거나 폐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11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시설공단 송도공원사업단에 따르면 2012년 조성된 송도 센트럴파크 공원 일부에 토끼섬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토끼섬은 공원 내 인공수로에 70~100㎡ 규모로 조성돼 배를 타야만 접근이 가능하다. 현재 내부에는 18마리의 토끼가 있지만 최근 사육환경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시민과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제기된 상태다. 번식력이 강한 토끼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중성화 수술이나 암수 구분도 전혀 이뤄지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새로 태어난 개체를 다른 사업소로 보내거나 일부가 폐사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 공원사업단은 지난해 개체 수가 73마리까지 늘자 영종공원사업소와 월미공원사업소에 각 20여 마리를 보냈고, 15마리는 자연사와 질병 등으로 폐사해 인천보건환경연구원에서 소각 처리했다. 2016년에는 토끼섬에 사체가 방치되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번식과 이동, 폐사 등은 적정 개체 수에 대한 관리규정 없이 이뤄졌다.

토끼의 습성인 굴을 제대로 팔 수 없는 환경과 낮은 울타리, 지붕그물막 부재 등 시설 문제도 불거졌다. 사방이 뚫려 있어 겨울철 한파와 여름 더위를 피할 공간이 마땅치 않은데다, 50㎝ 높이의 펜스는 토끼가 탈출해 익사하거나 위험에 처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단과 경제청 등에는 토끼섬 유지가 동물복지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다수의 민원이 접수되는 상황이다. 지난 8일에는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이 현장을 확인하고 관리기관과 면담을 통해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전수 중성화와 토끼들의 사육장소 이전, 점진적 폐쇄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토끼보호연대 관계자는 "새로 태어난 개체도 4개월이면 번식이 가능한데 2012년부터 단순 산술 계산만 해도 수백 마리가 죽어나갔을 것"이라며 "면담을 통해 시설공단 쪽에서는 충분히 협조하겠다고 확약했고, 경제청과도 이야기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인천경제청은 전담관리인이 매일 2회 이상 사료를 공급하는 등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중성화 수술을 할 계획이지만 사육장소 이전이나 폐쇄 등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토끼섬의 거주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과거의 일이고, 현재는 다 개선돼 특이사항은 없다"며 "토끼섬은 사슴 사육장과 연계해 배 타는 사람들이 관람하게끔 처음부터 계획됐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해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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