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내 특색 있는 벽화를 그려 놓고도 허술한 관리로 방치된 사례가 나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벽화가 그려진 구운동의 한 전봇대에 전단지가 부착돼 있는 모습.
수원시내 특색 있는 벽화를 그려 놓고도 허술한 관리로 방치된 사례가 나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벽화가 그려진 구운동의 한 전봇대에 전단지가 부착돼 있는 모습.

수원시내 곳곳에 그려진 벽화들이 허술한 관리로 심각하게 훼손되면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3일 수원시에 따르면 2013년부터 서호초등학교 인근 도로에 ‘앙카라길’이라는 명예도로명을 부여하고 담벼락 곳곳에 벽화를 그려 한국전쟁 당시 권선구 서둔동에 주둔했던 터키군과 이들이 전쟁고아를 돌보기 위해 설립한 앙카라고아원을 기념하고 있다. 벽화는 전쟁고아들을 챙기는 터키군과 터키의 전통사원 모습 등 서로 간의 우호를 상징하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현재 앙카라길의 벽화는 세월이 지나 지워지거나 벽화가 그려졌던 벽이 허물어지고 새롭게 들어서면서 대부분의 흔적이 사라진 상태다.

이날 오전 10시께 찾은 앙카라길에는 벽화 대부분이 지워져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으며, 그나마 남아 있던 전쟁고아들을 챙기는 터키군의 벽화 앞에도 의류수거함이 설치돼 그림 일부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특히 앙카라길 초입에 있던 ‘State Konya(터키의 콘야시), Suwon(수원) Turkey Ankara(수원 터키 앙카라)’ 등 이곳이 앙카라길임을 알리는 문구는 아예 담장이 새로 세워지면서 사라졌지만, 담당 구청은 이 같은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다른 벽화 그리기 사업이 진행됐던 권선구 구운동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구운동 주민센터는 2016년 미관 조성과 함께 쓰레기 무단 투기와 전단지 부착 등을 방지하기 위해 ‘전봇대 벽화 그리기’ 사업을 실시했지만, 이날 현장을 확인한 결과 전봇대 벽화 위로 불법 광고 전단지가 부착돼 있었다. 함께 그려진 것으로 보이는 ‘수원이’ 벽화도 주변에 나무 팔레트나 종이상자 등이 마구 버려지면서 전체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2015년 주민들에게 문화공간 제공을 이유로 1천6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진행된 ‘고등동 벽화사업’으로 그려졌던 3개의 벽화 중 2개는 자택 소유자가 펜스를 교체하거나 담벼락을 허물면서 함께 사라진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앙카라길 벽화의 경우 보수 예산이 부족해 그동안 관리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추후 주민참여예산을 확보해 특색 있는 앙카라길을 조성하겠다"며 "다른 벽화의 경우는 각 동과 협의해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사업 진행 시기와 보수 필요 여부 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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