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우 차차차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박세우 차차차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우리나라 최초의 차량 사고는 무엇일까? 역사상 마차가 아닌 최초의 가마 사고는 세종대왕이 타고 다니던 연(임금이 타는 가마)이 부서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 세종대왕은 우리 민족이 가장 사랑하는 위인 중 한 명이다. 그의 대표적 업적은 한글창제이지만 노비 장영실을 면천해 앙부일구, 자격루, 측우기를 만들어 조선 최고의 과학자를 탄생시킨 것도 세종의 업적 중 하나이다. 세종 때 만들어진 거의 모든 관측기구들이 장영실의 손에서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세종과 장영실의 마지막은 비극으로 끝난다. 세종대왕은 장영실에게 오늘날 벤츠리무진(?)에 해당하는 어가를 만들도록 명했는데 장영실은 자신의 온갖 지식과 기술을 다해 왕의 어가인 연을 만들었다. 그런데 세종이 장영실의 연을 타고 가다 그만 차축이 부러지며 연이 깨져 버려 세종대왕은 사고를 당했다.

불같이 화가 난 세종은 장영실에게 곤장 80대를 명했고 곤장을 맞은 장영실은 이후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 이에 대해 장영실이 유럽으로 건너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교류했을 것이라는 소설적 이야기도 있지만, 장영실은 곤장 80대의 장독으로 죽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런데 세종대왕이 오늘날 교통사고로 보상을 받는다면 얼마나 받을 것인가? 여러분들은 천문학적인 액수일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실무상 손해의 산정은 사고 당시 소득에 노동능력 상실률을 곱하는 방법에 의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근로소득이다. 따라서 세종대왕의 총 수익 중에서 개인의 근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인 이자 등 자본수입, 임대료, 하인들이 제공하는 노무 대가, 상납품인 공물 등은 모두 제외되므로 보상액이 그리 크지 않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담당했던 사건의 경우, 200억대 자산가의 경우 근로소득이 월 100만 원으로 인정된 반면, 노동자가 300만 원 인정을 받은 사례가 있다. 법은 법 위에 누워 잠자는 자에게는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자기의 권리를 주장해 응분의 몫을 받아야 한다. 

액션 영화를 보면 자동차 추격 신이 많이 나온다. 영화 ‘분노의 질주’ 등에 보면 자동차들이 서로 옆구리를 들이받거나 밀어서 절벽으로 떨어지게 만든다. 우리는 이런 장면을 보며 짜릿한 전율을 느끼지만 법률적으로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있다. 보복운전의 경우 형법상 특수상해, 특수손괴죄로 처벌될 수 있으며, 이때 피해자가 중상해를 입은 경우 가해자는 최대 20년 이하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상대 차로 인해 열을 받아 보복운전을 하는 것은 패가망신의 지름길로 달리는 꼴이 된다. 양보운전 인내운전이 최상의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차량사고 중 가장 흔한 것이 접촉사고인데 우리는 대부분 그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서로 좋게 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자기도 모르게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뀐다든지 엄청난 청구금이 나온다든지 심지어 뺑소니범으로 몰리는 경우도 있다. 또한 생각보다 상대방이 고의로 일으킨 보험사기 사건이 많다.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에 따르면 차량보험 사기 적발금액은 2019년 기준 3천592억 원에 이른다. 

그러므로 접촉사고가 났을 때 상대방의 겁박에 당황해 자신의 잘못을 쉽게 인정하지 말고, 현장을 잘 보존하고 상대의 신원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교통사고 발생 후 사고 경위에 억울한 점이 있거나 피해보상 제시액이 생각보다 적은 경우 법률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후유 장해 등 치료비가 과다로 지출되거나 가해자로 몰려 형사처벌을 받는 억울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자동차 관련 법률의 경우 처벌이 강화되는 등 많은 변화가 있다. 그리고 앞으로 자율운행차가 대중화되면 새로운 유형의 분쟁들이 많이 생길 것이고 이를 규율하기 위한 법률 조항도 새로이 신설될 것이다. 나는 오늘도 운전대를 조심스레 잡고 일터로 나간다. 상선약수(上善若水,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라는 말이 있다. 신축년 새해에는 우리 모두 물이 흘러가듯 법과 신호를 잘 지키고 주의운전, 방어운전을 해 사고가 나지 않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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