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지난해 내내 매스컴을 달군 것은 법치국가에서 핵심인 두 사법기관 수장의 이전투구이다. 이제 윤석열 검찰총장이 현 정권에게 검찰수사를 들이대기 때문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 총장을 잘라내려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윤 총장은 왜 그렇게 정권비리 수사에 계속 무리수를 두고 있고 추 장관 역시 말도 되지 않는 이유를 들어 그를 몰아치고 있는 것일까. 윤 총장의 경우 몇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해 볼 수 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좌천된 인물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이 분을 삭이고 있던 그를 불러 내어 박근혜 전 대통령 집단에 대한 처단 임무를 맡겼고 유감없이 그 실력을 발휘하게 된다. 모호한 직권남용이나 뇌물 없는 뇌물죄를 들이대어 전 정권을 초토화시켰다. 사실 그 공을 인정받아 검찰총장까지 단숨에 승진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그는 은인 같은 현 정부에 칼을 들이대는 것일까. 그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을 것이다. 하나는 현 정권 비리를 덮고 눈감는 것이다. 이 전략은 현 정권에서는 안정되고 풍요로울 지 모르나 곧 정권이 바뀌면 정권 비리수사 무마에 대한 책임을 검찰 수장으로서 혼자 뒤집어쓸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하면 자칫 현 정권과 함께 경력이 끝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 정권비리에 칼을 든다 해도 현 총장 자리는 임기제로 안전하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면직처리는 할 수 있어도 그럴 경우 대통령 본인에게 큰 타격이기 때문에 이도 쉽지 않은 것이다. 칼을 든 패의 장점 중 하나는 정권의 비리를 갖고 정권과 딜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권이 바뀌어도 정권 비리수사에 대한 책임에 대해 비켜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부수적으로 정치적 인기에 영합할 수도 있다. 자리를 뺏기는 최악의 경우에도 홍준표 의원처럼 대쪽 같은 이미지로서 정치적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또한 검찰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대의 명분은 부산물이다. 즉 자기를 구해 준 현 정권에 칼을 빼든 것이 결코 손해 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추장관은 어떠한가. 현 정권의 아이콘인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주도자로서 원죄가 있기 때문에 정치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는 현 정권을 위한 큼직한 실적이 필요했을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하차했을 때 정권은 두 가지 일에 적합한 해결사를 찾았다. 하나는 공수처를 발족시키는 일이고 조국을 망가뜨린 위험한 윤 총장을 쳐야 하는 일이다. 이 작업에는 피를 품어야 하는 일이어서 적절한 사람을 찾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정권과 추 장관의 이해 관계가 맞았고 추 장관은 장관 임명과 동시에 미션을 무리하게 수행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윤 총장은 칼을 든 이상 물러날 퇴로가 없다. 수족을 잃은 만큼 비리수사를 지시하는 것 외에 마땅히 할 일도 없다. 추 장관이 소위 칼춤이라고 평할 만큼 윤 총장을 압박하면 할수록 그의 정치적 인기는 오히려 올라가는 행운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션을 받은 이상 추 장관도 쉽게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윤 총장을 쳐내는 일에 자신의 모든 정치 생명을 걸었던 만큼 무엇인가를 해야만 했다. 그러나 사태가 윤 총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자 청와대는 급기야 추 장관을 내치고 대신 공수처 발족에 공이 있는 박범계 의원을 선택했다. 추 장관은 아직 사직서를 제출 않고 있다고 한다. 아니 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미션이 아직 완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현 정권에 할 말이 있다. 비록 윤 총장을 쳐내기는 실패했지만 현 정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신의 정치생명을 희생했다고 주장할 것이고 반대 급부로 서울 여당 후보나 총리 자리 아니면 대권 후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물론 그것에 대한 결정은 대통령의 몫이다. 만약 이런 시나리오도 아니라면 윤 총장이 정말 대쪽 같은 성품으로 모든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격일 수 있고, 지독한 검찰주의자로서 검찰의 기득권을 지키려 그럴 수도 있다. 

여기서 더 나가면 배후에 정권과 이 둘을 움직이는 큰 설계자를 상상할 수도 있다. 그래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역할이 주어지고 어떤 목적을 위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이전투구를 전면에 내세웠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쇼가 우리의 시선을 잡고 있는 사이 현 정권은 설계대로 의도된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더 큰 정권비리 무마 등이 그러한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진실인가. 모른다. 세력의 핵심에 있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매스컴에서 나오는 뉴스만을 통해 추론할 뿐이다. 사실 문제는 우리가 접하는 매스컴들이 언론 선진국과는 달리 정권이 알리고 싶어 하는 것만 보도하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추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현 정권과 추 장관 그리고 윤 총장이 국내 최고 엘리트인 만큼 서로 치밀한 계산하에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같은 서민으로서는 누가 그 큰 자리에 무엇을 하든 알 수가 없다. 설령 안다고 해도 별 뾰족한 방법도 없다. 

사실 이런 세력 다툼으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권력을 갖고 있는 그 사람들이지 대부분 일반 국민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러나 국제 정세가 어렵고 코로나로 힘든 세상에 이렇듯 최고 학벌의 유능한 관료들이 자신의 입지를 위해 아귀다툼을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어쩌면 나라를 망하게 만들었던 조선 말 사대부들의 세력 암투를 보고 있는 것 같아 현 정부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일개 서민으로서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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