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시설의 기능을 상실해 생태계 악화 주범으로 꼽히던 보(洑)를 철거하니 천연기념물 ‘큰고니’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성남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탄천에 6마리의 큰고니 한 가족이 관찰되기 시작했다.

큰고니는 천연기념물 201-2호,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분류된 희귀 새다. 차이콥스키의 대표적인 발레음악 ‘백조의 호수’에서 백조는 큰고니를 일컫는다.

큰고니는 3월부터 10월까지는 네이멍구자치구 후룬베이얼시 습지와 러시아 부랴티야 지역의 호수 등에서 머물다 월동기인 11월 초순부터 3월 하순까지 추위를 피해 우리나라의 동해안 석호, 천수만, 금강하구, 주남저수지 등에서 주로 겨울을 난다. 도내에서는 팔당 등지에서 관찰할 수 있다.

이전부터 탄천에 고니가 드물게 관찰됐다는 기록은 있지만 지난 20년간 큰고니는 관찰되지 않았다.

환경단체는 기후변화 등 겨울 한파로 인근 저수지나 호수가 얼어 먹이를 찾아 탄천까지 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정 사무국장은 "탄천 구간에서 큰고니가 발견된 것은 기후변화 영향도 있겠지만, 미금보가 철거된 부근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보 철거 후 자연성이 회복됐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탄천은 용인시에서 발원해 성남시 분당구와 서울 송파·강남구를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길이 35.6㎞의 하천이다. 탄천의 성남 구간 15.7㎞에는 모두 16개의 농업용 보가 설치돼 있었으나 시가 2000년부터 탄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추진하면서 탄천 본류에 있던 탄천보(야탑동 탄천교 부근)와 미금보를 철거하고 수질 개선 효과가 뛰어난 여울을 조성했다. 탄천 큰고니는 미금보가 있던 위치로부터 1㎞ 하류에서 관찰됐다.

또 미금보 철거 후 하류 하중도(퇴적물로 쌓인 하천에 있는 작은 섬)에서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흰목물떼새도 관찰되고 있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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