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이 발간한 400페이지 분량의 ‘학교 구성원에 대한 인권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를 살펴보다 의미 있는 내용이 있어 소개해 볼까 한다.

 바로 차별에 대한 얘기다. 외국에서 10년 넘게 살아서 그런지 차별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조금은 남다르다. 

 인종차별에 대해 민감한 외국의 경우는 어디 출신인지도 묻지 않는다. 최근에는 상황에 따라 동양인에게 국적(예를 들면 코리안)을 부르거나 혹은 아시안 등의 표현을 할 경우 차별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 보고서에는 학교에서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처우받을 권리가 고등학교에서 더 심각하게 침해받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차별의 사유도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 문화적 배경, 경제적 수준, 종교, 용모 등 학생들이 갖고 있는 특정한 정체성과 구분되는 배경들로 말이다.

 고등학교의 특이성은 아무래도 ‘성적’이 차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 성적에 따른 차별적인 대우에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 문제를 학교에 한정된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문제로 꼬집었다. 수치화된 성적과 성과에 따라 개인의 능력이 평가되고 그에 따라 서열화되는 사회 시스템이 한몫했다는 비판이다. 

 성적을 바탕으로 한 명문고, 명문대를 진학하는 것이 학교의 목표를 넘어 교육 목표가 돼 학교 성적에 따라 다른 처우를 받는 상황이 차별로 인식되기보다 공정한 경쟁 결과로, 합리적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고 강조했다. 

 성적이 공부에 대한 학생의 노력을 입증하는 유일한 ‘경쟁’이 되면서 학생 간의 관계가 성적에 따른 서열과 그 외의 다양한 차이를 둘러싼 위계로 인해, 진정성 있는 우정보다는 차별로 이어지는 차이를 가시화하고 상대방에 대한 우위를 점하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조사에 참여한 한 여고생의 말이라고 한다.

 교실은 서로를 지지하고 함께 성장하는 장소가 아니라 ‘정글 안’과 같고, 각자도생하며 서로 견제하는 팽팽한 긴장감과 서로 힘겨루기의 권력관계를 느끼는 삭막한 곳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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