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역에 전래되고 있는 농요 가운데 논과 밭에서 부르는 것은 많으나 산에서 나무를 채취하며 부르는 놀이는 남북한 통틀어 ‘아미산울어리’가 유일하다. 1989년 9월 22일 향토문화재 제10호로 지정됐다.

‘울어리’란 해마다 추수를 앞두고 산촌 마을 주민들이 모여 겨우살이에 대비한 풋나무를 깎고 날이 저물어 나무 베기가 끝날 무렵 잡목으로 ‘남여’라고 하는 가마를 만들어 연장자를 태우고 사또라 칭하며 마을로 돌아와 마당놀이를 벌여 화평·단합과 풍년에 감사하는 농민들의 놀이이다.

이 놀이는 1950년 이전까지 연천군(중면·미산면·왕징면·신서면) 등에서 세습적으로 연희돼 왔으나 남북 분단으로 중단되고 말았다. 한국전쟁 후 이 지역이 수복되고 원주민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잊혀졌던 놀이를 1970년대 중반 미산면 유촌리의 고(故) 이재순 옹과 마을 원로들이 원형을 복원해 전수하기 시작했다.

전체 놀이의 구성은 세 마당으로, 첫 번째 ‘풋나무베기’는 이른 아침 마을 사람들이 풋나무베기에 필요한 낫과 숫돌 등 연장을 들고 근처의 야산으로 올라 상겨리·중겨리·하겨리 세 패로 나눠 나무 깎기 일을 시작하는데, 이때 ‘울어리소리’를 각 패에서 메기고 받으며 일을 한다.

두 번째 놀이는 ‘남여행차’로, 나무를 깎던 일꾼들이 풋나무베기가 끝나면 한 사람이 탈 수 있는 가마를 잡목과 칡을 베어 현장에서 제작해 최고 연장자(영좌)를 태워 남여부사라 칭하며 양반 행세를 하면서 소리를 주고받으며 마을로 내려온다. 세 번째의 놀이는 마을의 부잣집 마당에 도착한 모든 일행이 주인에게 사또가 행차한 것을 머슴을 통해 알리고 한바탕 놀다 갈 터이니 술과 안주를 요구한다. 이에 주인은 쾌히 승낙하고 머슴에게 닭을 잡아서 안주를 푸짐하게 대접하도록 한다. 이때 일행들은 일 년 열두 달을 주제로 한 둥게타령을 메기고 받으면서 농악과 소리에 맞춰 마당을 빙빙 돌며 한바탕 놀이가 크게 벌어진다.

둥게타령이 끝나면 요란하고 경쾌한 음악으로 바뀌면서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마당에 몰려나와 흥겹게 춤을 추고, 이때까지 방문 틈으로 엿보며 엉덩이만 들썩거리던 주인집 대감도 버선발로 뛰어나와 갓이 삐뚤어지도록 이들과 어울려 춤을 추는데, 반상의 법도가 엄하던 시절이었지만 개의치 않고 함께 흥겹게 어울린다는 것이 이 놀이의 가장 두드러진 점이다.

이 놀이가 끝나면 주인집에서는 술과 음식을 차려 와 함께 먹고 마시며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고 끓여 온 편숫국(개성만둣국:둥근 모양의 만두가 아닌 사각형 만두)을 함께 먹고 귀가한다.

현재 ‘아미산울어리’는 연천군의 지원으로 문화원과 아미산울어리보존회가 주축이 돼 꾸준히 육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갑작스러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수업이 중단되는 등 아미산울어리 육성에 차질이 있었으나 올해는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 양방향 수업과 영상수업, 전화수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에서도 아미산울어리 육성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연천=정동신 기자 ds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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