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이 1.1%를 기록했다. 3차 감염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달성한 플러스 성장이라 의미가 크다. 내수침체로 소비가 1.7% 감소했지만 수출이 5.2%, 수입이 2.1% 증가했다. 여기에 정부의 적극적 재정이 더해지며 3분기(2.1%), 4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달성하게 됐다. 이로써 연간 GDP 성장률(속보치)은 -1.0%로 수렴이 됐다. 22년 만에 겪은 역성장이긴 하나, 상황을 고려할 때 나름 선방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경제는 ‘성장과 양극화 해소’라는 2개의 축이 맞물리며 서로를 끌어올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성장은 ‘자유주의 시장경제’가, 양극화 해소는 ‘효율적인 재정집행’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 정부의 문제는 바로 이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소홀히 한 데 있다. ‘경제 자유도 제고’, 즉 정부의 개입을 줄이고 나쁜 규제를 개선해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돼 투자와 고용이 늘어나는데, 안타깝게도 정부는 이런 것까지 모두 돈으로 해결하려는 소위 재정만능주의로 일관해왔다. 그 결과 지난 4년간 정부의 씀씀이와 빚은 역대 최대 속도로 늘었다. 

올해에도 정부 예산은 전년보다 8.9%가 증가한 558조 원, 국가채무는 93조 원 규모가 추가된 956조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모두 역대 최대치다. 반면 경제성장률은 꾸준히 줄어들었다. 2017년 3.2%를 시작으로 2018년 2.7%, 2019년 2.0%에 이어 급기야 작년엔 -1.0%로 고꾸라졌다. 그 여파로 지난해 총 취업자 수도 21만 8천 명이 줄었는데, 청년층(15~29세) 취업자만 18만 3천 명이 감소했다. 자세부터 바꾸어야 한다. 현 경제사령탑들은 지나칠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진 낙관적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기획재정부,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와 실제 성장률 간 격차’가 다른 기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큰 것도 이를 방증한다. 물론 성장률을 높게 봐야 그만큼 예산도 늘릴 수 있는 근거가 되겠지만, 덕분에 가계·기업·정부의 부채 총합은 5천조 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시한폭탄이 됐다.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 인식과 재정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회복할 때 현 정권의 포용성장도 성과를 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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