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용 가평군 관광전문위원
이상용 가평군 관광전문위원

바야흐로 자라섬의 계절이 시작되고 있다. 경기 First 정책공모 최우수상을 수상한 후 공로 해외연수를 계획하고 있었다. 기획부서에서 서유럽 생태관광지와 스페인 축제도시를 연수코스에 포함하자고 귀띔해 줬다.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 스페인 3大 피에스타(Fiesta; 축제)가 열리는 세비야(봄 축제), 팜플로나(소몰이 축제), 발렌시아(불 축제)였다. 그중에서도 단연 축제의 최고봉인 ‘세비야 봄 축제’, 150년 전통을 가진 서민들의 축제장을 직접 살펴보고 싶었다. 다음으로는 돈키호테가 말을 타고 돌진했던 ‘캄포 데 크립타나(Campo de Criptana)’ 풍차를 보러 가고 싶었다. 세기의 고전 ‘라만차 데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의 생가가 있는 라만차는 관광학도에게 있어 꿈의 생태관광지이다. 버킷리스트에 들만큼 유니크(Unique; 독특함)한 관광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꿈도 잠시, 예상치 않게 코로나19가 해외연수 길을 막아섰다. 절치부심, 축제의 나라, 대표 브랜드 돈키호테를 꿈에 그리며 일상을 되찾기를 기다렸다. 무심하게도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 이제 한 해가 흘렀다. 서유럽 해외연수의 꿈은 이미 레테의 강을 건너고 말았다. 이제 바야흐로 꿈에서 벗어나 자라섬 수변 생태관광지 조성사업과 함께 꽃 축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자라섬에 기사도 정신으로 무장한 돈키호테를 출정시키면 어떨까? 돈키호테는 진정 괴짜일까? 그는 남부럽지 않은 전원생활을 즐기던 시골 귀족이었다. 나이 60줄에 기사에 관한 책을 읽고 난 뒤 기사도 정신에 몰두하게 됐다. 평생 좋아하던 사냥도 끊고 친구들과 음식 파티도 끊었다. 전 재산을 정리해 말과 투구, 방패와 창을 준비하고 스스로 기사 작위를 받은 다음 불의와 부패에 맞서 싸우겠다며 출정을 감행했다. 

이상과 현실의 경계선에서 행동주의자로서 과감하게 결행을 한 것이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말 타고 창 들고 풍차에 돌진한 광기어린 이상주의자가 아니라, 지적(知的)인 모험가였다. 오래된 관행과 규칙의 틀을 벗어버리고자 노력했던 행동주의 모험가였다. 자신만 아는 이기주의자가 아니라 전체를 위해 철저하게 자승자강(自勝自强; 자신을 이기는 자가 가장 강함)을 부르짖으며 용기 있게 앞장섰던 기사도 정신의 표상이었던 것이다. 

돈키호테가 출정에 앞서 산초에게 말했다. "산초야! 그들이 나에게서 행운은 빼앗아 갈 수 있을지 몰라도 노력과 용기는 빼앗아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 가보지 못한 길을 출발하는 두 주인공은 의기양양했다. 지금껏 낡은 틀에 처박혀 있던 자아를 버리고 주변의 시선을 이겨냈기 때문이었다. 모두들 법과 규제의 낡은 울타리 안에서 어정쩡한 모습으로 두리번거릴 때 돈키호테는 꿈과 희망을 찾아 행동에 나섰다. 그리고는 ‘캄포 데 크립타나’ 언덕에 서 있는 30개의 풍차를 상대로 돌진해 들어갔다. 그 풍차들은 다름이 아니라 기존의 낡은 규제와 관행들이었다. 돈키호테가 단신으로 돌진해 쳐부순 상대는 바로 폐쇄된 공공조직의 틀이었던 것이다. 

몇 번이고 불의와 싸우다 지쳐 외롭게 앉아있던 돈키호테에게 산초는 이렇게 말했다. "주인님! 용기를 내십시오. 그 개암나무 열매 같이 쭈그러진 심장부터 쫙 펴십시오. 과감하게 도전하면 행운도 찾아오게 돼 있습니다." 

용기를 내자. 오그라든 가슴을 활짝 펴자. 자라섬에 꿈과 희망을 펼쳐보자!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남쪽 130㎞, 조그마한 소도시 라만차는 건조한 땅이라는 이름처럼 버림받은 황무지였다. 그러나 스페인이 낳은 大문호 세르반테스가 주인공 돈키호테의 활동 무대로 정한 다음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 동쪽 60㎞, 수도권 시민들의 젖줄, 북한강이 유유히 흐르는 가평군은 수도권 5대 법규로 꽁꽁 묶인 바람에 60년 동안 미개발 생태산림휴양지로서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 용감한 기사 돈키호테와 같은 행동주의 모험심에 힘입어 세계적인 수변생태 꽃 축제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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