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두 해, 세월이 유수 같이 흐른다. 평소에는 체감하지 못하는 세월의 무게는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질 때, 달력을 새로 걸거나 다음 장으로 넘길 때,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났을 때 유독 크게 다가온다. 그럴 때면 시간을 잡아 두거나 뒤로 돌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서 오늘 소개하는 영화는 전 인류가 꿈꾸는 ‘청춘을 유지하는 명약’에 관한 작품이다. 1952년 개봉한 ‘몽키 비즈니스’는 불로장생을 실현할 신약을 개발하는 한 연구원에 관한 이야기로, 허무맹랑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1세대 할리우드 명감독 하워드 혹스와 명배우들의 콤비 플레이로 빚어낸 유쾌한 영화다.

제약회사의 책임연구원인 바나비는 오랜 시간 신약 개발에 몰두 중이다. 일명 ‘B-4’로 불리는 이 약은 예전의 활력을 찾아준다는 의미로 ‘before’에서 따왔다. 중년의 연구원 바나비는 실험에 몰두하느라 눈이 침침해 돋보기안경 없이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온종일 실험실에서만 생활한 까닭에 늘 삭신이 쑤셨다. 그런 이유로 바나비에게도 젊어지는 약이 필요했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던 중 58번째 약품은 실험용 원숭이가 아닌 자신이 직접 투약한다. 성공을 희망하는 바나비의 바람대로 몸이 달라짐을 느꼈다. 맥박이 빨라지더니 안경 없이도 앞이 잘 보였고, 온몸에서 기운이 넘쳤다. 신약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이에 중년의 아저씨 스타일을 벗어 던지고 20대 청년이 입을 법한 의상과 헤어스타일로 변신한 바나비는 화려한 스포츠카도 충동구매해 스피드를 즐긴다. 

하지만 약효의 유효시간은 고작 8시간뿐이었다. 이후 본래의 신체 나이로 돌아온 바나비는 약효를 재검증하고자 다시 투약하려 하지만 그의 아내인 에드위나가 선수를 친다. 이내 20대의 감정과 신체 나이를 갖게 된 에드위나는 남편과 함께 밤늦도록 댄스홀에서 열정적인 춤을 추는 등 환상적인 시간을 보낸다. 반면 지나친 정열이 빚어낸 낯부끄러운 행동은 약효가 사라진 뒤 후회로 남았다. 이에 바나비는 약물을 폐기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번에는 부부 모두 10대 초반의 어린아이처럼 통제 불능의 말썽쟁이가 돼 버린다.

영화 ‘몽키 비즈니스’는 ‘어리석은 일’을 뜻하는 용어로, 이 작품에서는 이중의 의미로 사용됐다. 하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 치기 어린 행동을 하는 것을 뜻하고, 두 번째는 이들이 마신 신약이 사실은 바나비의 연구 성과가 아니라 실험실 원숭이가 장난으로 섞어 둔 약물이었음을 의미한다. 떠들썩한 분위기로 가득한 이 작품은 캐리 그랜트와 진저 로저스 사이를 끊임없이 순환하는 재치 있는 만담, 청년과 어린아이를 오가는 다이내믹한 동작, 배우들의 절묘한 연기 호흡이 최상의 합을 이룬 흥겨운 코미디 작품이다.

비록 현실에서는 회춘의 묘약을 접할 수 없겠지만 생각을 달리하면 가능한 방법이 있다.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 없는 한 내일보다 오늘이 젊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주어진 오늘을 누리며 즐겁게 사는 것이 청춘의 묘약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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