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112분 / 드라마 / 15세 이상 관람가
 

누구보다 강한 생활력으로 하루하루 살아온 아동학과 졸업반의 보호종료아동 ‘아영’(김향기 분). 돈이 필요했던 아영은 생후 6개월 된 아들 ‘혁’이를 홀로 키우는 워킹맘이자 초보 엄마 ‘영채’(류현경)의 베이비시터가 된다. 조금 부족하지만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혁이를 키우고자 하는 영채는 자신보다 더 혁이를 살뜰히 돌보는 아영의 모습에 어느새 안정을 되찾고 평범한 삶을 꿈꾸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느 날, 혁이에게 사고가 난다. 영채는 모든 책임을 아영의 탓으로 돌리고, 다시 혁이와 둘만 남게 된 영채는 고단한 현실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다. 이를 알게 된 아영은 혁이를 다시 영채의 품에 돌려놓기 위해 애쓴다. 이들은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서로의 삶에서 자신과 같은 아픔을 발견하고 조금씩 공감대를 형성한다. 영채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었던 아이를 키우는 일은 ‘우리의 일’이 된다. 여기에 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는 유흥업소 사장 ‘미자’(염혜란)의 존재가 연대감을 완성한다.

 삶의 무게를 나눠 질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 ‘아이’는 각자 사정은 다르지만 현실의 벽에 좌절한 이들에게 이런 깨달음을 넌지시 전해준다. 그래서 영화 속 아영이 영채에게 건네는 "내가 도와줄게요"라는 대사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라고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위로처럼 다가온다.

 영화는 우리 사회가 가진 편견에도 의문을 던진다. 아영의 학교 아동학과 수업에서는 편부모 가정을 양육에 있어 저해요소라고 언급하거나 ‘정상 가족’과는 다른 것처럼 구분하는 장면이 스쳐 지나간다.

 영화는 싱글맘과 보호종료아동이 가진 결핍을 인정한다. 그리고 이 결핍을 어떻게 채워 나갈지 고민한다. 김현탁 감독은 최근 열린 시사회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저런 사람들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저런 사람들이 키운 아이가 잘 자랄 수 있을까라는 선입견에 반문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아이’는 주연부터 조연까지 대부분의 출연진이 여성이란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영채의 직업을 유흥업소 직원으로 설정하긴 했지만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하지는 않았다.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악바리처럼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하는 류현경의 생활 연기와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김향기의 내면 연기도 적당한 균형감을 이룬다. 10일 개봉.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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