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서울 아파트 시세변동 분석결과’에서 일반 노동자가 서울 지역의 82㎡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현 정부 출범 초기 21년에서 36년이 필요한 것으로 발표했다. 현 정부에서 서울의 아파트값은 82%인 5억3천만 원이 상승했고, 임금은 9% 증가해 300만 원이 올라 아파트 구매에 드는 기간은 늘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일반 노동자가 소득 중 30%를 저축하는 것을 가정한다면, 아파트 구매까지 118년의 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됐다. 이것은 근로소득을 통해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보통 아파트는 인허가부터 입주까지 3~4년 걸린다. 하지만 공급 계획이 발표되면, 반대와 찬성이 나누어지고, 조합이 구성되고 감리와 시공사 선정까지 그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고, 그것은 입주자의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재개발 재건축으로 동네가 시끄러운 과정을 거치고, 관련자 몇 사람 감옥 가고 그러고 나서 아파트가 지어진다. 주민은 비가 새고 곰팡이가 슬어도 내 집이지만 토지만 보상받고 이주할 비용이 턱없이 부족하니 현행의 재개발 방식에서는 생존권을 주장할 수밖에 없다. 당연한 현실이다. 보상을 정당하게 해주는 건설사와 정당하게 진행되는 과정을 관리하는 지자체와 정부가 올곧게 집행한다면 좋겠다. 하지만 건설사의 흑심을 위해서, 고층을 허가하고, 관리 주체는 사유재산권이라고 나 몰라라 하는 것도 현실이다. 

분양받기 위해서 줄을 섰던 용산 재개발지역(전매가 가능해서) 밤새 줄 서는 사람들에게 로또와 같았다.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은 정상적인 직장 생활보다는 로또를 따라가게 된다. 주택 문제도 그와 같은 것이다. 부동산 증여와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기 위해 엄마는 그리 발품을 팔고, 아버지는 그리도 정보를 얻으러 다닌다. 힘 있고 돈 있으면 그러한 발품을 줄일 수 있고 부모 찬스를 사용하면 편하기에, 그들만의 리그가 만들어지고 그들만의 리그는 고착화되는 것이 부동산 현실이다.

공공재개발은 도시공사가 맡아서 건설하고(예전 주공아파트가 왜 인기가 있었는지를 생각해보면 해법이 나온다) 역세권 개발과 고밀도 개발만이 만능이 아니다. 도심 내 그린벨트 해제는 해서는 안 되는 정책 중 하나이다. 서울의 강남에서 명문대를 많이 간다. 자녀의 대학 진학을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강남으로 이사한다. 강남으로 학부모가 몰리니 강남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사교육비가 또한 오르고, 학부모의 희생이 자녀를 위한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 사교육 1번지가 강남인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것이 반복 악순환되면서 강남, 강남 그러는 것이다. 정상적인 공교육만으로도 대학을 가고 사회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아파트 가격은 정책 의도같이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서울에서 매매 기준 10억 원이 넘는 아파트가 3배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주택의 상징이던 ‘10억 클럽’ 아파트도 같은 기간 3배 이상 늘어났다.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겠다며 정권 출범부터 지금까지 20여 차례의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아파트값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집은 사람이 거주하기 위해 꼭 필요하며 안정적인 주거 환경으로서 누구나 가져야 하는 권리이다. 정상적으로 공교육만으로 학교를 마치고, 직장을 다니면서 저축해서 내 집을 마련하는, 그리고 자녀를 키우며 거기서 살아가는 도시를 만드는 먼 미래를 바라보는 부동산 정책이 시급하다. 

잘못된 정책은 인정하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국민을 위한 정책 입안자가 필요하다. 능력도 없으면서 자신의 입신양명만을 위한 위정자가 만드는 부동산정책은 국민에게 희망마저 빼앗는 것과 같다. 정책으로 잡지 못하면 원칙이라도 제대로 지켜야 한다. 엉망인 도시를 차세대에게 물려주고 나는 책임 없다는 식의 무책임에 할 말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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