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동탁연합군의 맹주가 된 원소는 대의를 따르기보다 소소한 이익에 눈이 어두워져 기주성을 빼앗을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공손찬에게는 ‘기주를 쳐서 반씩 나누자’고 하고는 기주를 다스리는 한복에게는 ‘공손찬이 기주를 넘보니 구원해주겠다’며 군사를 보내겠다고 했다. 한복이 이를 받아들이자 경무라는 부하가 직언했다. "원소는 겉으로 강해 보이나 실정을 살펴보면 힘이 약합니다. 마치 어미 품에 안긴 어린애 같아서 당장 젖을 주지 않으면 굶어 죽을 지경이지요. 무슨 구원군을 보낸답니까. 허튼수작일 뿐입니다." 한복은 이 말을 듣지 않고 원소군을 받아들였다가 결국 성을 빼앗기는 처지가 되고 만다. 

 요즘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당 후보 단일화 설전이 한창이다. 여당은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궁지에 몰렸다가 기사회생하는 분위기이지만 예전처럼 승리하기는 쉽지 않은 형편. 여야 모두가 마치 어미 품에 안긴 어린애처럼 스스로의 힘으로 난관을 돌파하기는 쉽지 않으니 이런 꾀, 저런 꾀가 난무하고 있는 실정. 하지만 기주를 차지한 후 원소가 강자가 됐듯이 승리자는 강력한 정치적 기반을 마련한 셈이 될 것이 분명하다. 돌고 도는 세상이 좀 우습다.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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