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권홍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류권홍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코로나로 인해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어떤 예산으로 얼마나, 어떻게 지원할 것이냐와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사망선고 전에 적기에 지원해야 하는 시점의 문제에 대한 합의만 남아 있다. 그런데 불요불급한 코로나 경제 위기 극복을 넘어, 4월 서울, 부산시장 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부분 후보들이 세금을 펑펑 쓰겠다는 복지공약, 지역개발 공약을 무차별적으로 던지고 있다. 진보와 보수, 나이와 성별, 지역을 묻지 않고 허경영식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경영을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을 보자. 2020년 예산만 보더라도 512조 본예산 중 복지예산이 180조 원을 넘었고 비율로는 35%였다. 2019년의 161조 원보다 12.1%가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복지예산 규모와 증가율은 가파른 우상향 추세이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나 국민부담률이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낮은 것은 사실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7일 발간한 ‘2020 조세수첩’에 따르면 2019년 조세부담률은 20.0%였고, 국민부담률은 27.3%였다. OECD의 평균 조세부담률은 24.9%, 국민부담률은 34%였다. 보편적 복지, 전 국민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부자로부터 빼앗아서 빈자에게 나눠주자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생산의 일정 부분을 모두 동등하게 나누자고 말한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세수를 늘리자는 것이고, 저소득층 세수 증가는 어렵기 때문에 고소득층의 환급을 줄이거나 다른 형태의 국민 부담을 늘리자는 결론으로 향한다. 제갈공명이 되살아 오더라도 국가 재정을 확보하는 것은 세금 외에 다른 방법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선거용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빠져 있는 가장 큰 함정은 비교의 오류다. 높은 복지를 추구하고 있는 북유럽 국가나 호주와 우리나라를 아주 쉽게 비교하면서 그들이 하니 우리도 따르면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덴마크나 노르웨이 그리고 호주의 공통점은 돈이 되는 값비싼 천연 자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은 제국주의 시절부터 수탈하거나 쌓아놓은 자본, 그 자본을 바탕으로 한 기술, 넓은 국토와 함께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으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룬 나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이나 독일의 내면에는 극단적 빈부격차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우리나라보다 더 심각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복지수준이 높은 호주를 보자. 2017년 전체 GDP의 8.2%를 자원 부분이 차지했고, 2019년 수출액은 2천500억 호주 달러에 이른다. 최근 환율로 환산하면 200조 원이 넘는다. 한 해에 200조 원이 넘는 수익이 부가적으로 국가에 귀속된 것이다. 노르웨이 또한 북해 유전 수익으로 형성된 국부펀드의 1년 운용 금액이 1조 달러를 넘는다. 과거의 네덜란드 또는 최근 베네수엘라를 포함한 자원 부국들이 ‘자원의 저주’로 인해 빈부격차가 더 커지고 내전으로 향했지만, 정부 구조가 민주적이고 투명한 선진국들은 자원의 저주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다. 너무나 아쉽게도 우리는 이런 부가적인 국부가 형성되지 않는다. 그러니 쉽게 비교하면 안 된다. 

두 번째는 증세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강하니 부채 발행을 통해 복지를 시행하겠다는 조삼모사의 함정이다. 세금보다 무서운 것이 부채 아닌가. 정부가 부동산이나 주식에 과하게 투자하지 말라고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스스로는 부채를 더 많이 발행하겠다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향후 10년 재정 전망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 채무 규모는 2022년 1천조 원을 넘어선 이후 2030년 2천58조2천억 원으로 8년 만에 두 배가 될 것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2022년 52%에서 2025년 61.7%, 2030년 75.5%로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를 위한 빚투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부채는 우리 세대 또는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하는 부담이다.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해치는 보편적 복지 위험을 본인들의 당선을 위해 무시하면 안 된다. 임기 4년의 시장, 5년의 대통령이 국가를 망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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