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호 인천시 산업정책관
홍준호 인천시 산업정책관

2020년 인천의 도시농업 참여자는 그 어느 해보다도 급격히 증가했다. 아마도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생활 속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넓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텃밭에서 가족과 힐링하며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공간으로 도시농업에 참여하지 않았나 싶다.

아직도 ‘텃밭’ 하면 주말농장 정도의 개인적 취미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도시농업이 제도화되면서 텃밭의 공익적 기능이 부가되는 등 중요한 농업정책의 한 부분으로 여겨지고 있다.

인천시는 2018년 8월 담당부서인 ‘도시농업팀’이 생기면서 도시농업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기존 주말농장 기능을 탈피해 소규모 공동체 모임 단위로 생산·소통·나눔의 공간이자 공동체 의식 함양을 돕는 ‘인천형 커뮤니티 가든’ 조성 등 새로운 도시텃밭 모델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그 예로 지난해 처음 시작한 ‘거북이 치유텃밭 사업’을 들 수 있다. 이는 특수학교 학생들을 위한 텃밭으로, 천천히 가더라도 함께 갈 수 있는 텃밭 프로그램이다. 농작물이 자라는 과정과 소중함, 자연의 건강한 맛, 자신의 소중함, 자존감 향상 등 교육과 복지가 어우러진 사업을 시도했다. 

또 시민과 민간단체가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공동체 텃밭들이 마을 만들기 사례로 여러 곳에서 소개되고 있고, 생태적으로 건강한 농사를 위해 빗물을 이용한 낙엽 퇴비 만들기 등을 실천하고 있다. 이는 도시텃밭이 도시농업에 그치지 않고 복합적인 기능을 통해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곳으로 확장되는 반증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인천은 아직 확장성이 더디다. 도시농업에 대한 예산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지역 특성상 강화·옹진 등 농촌지역에 대한 농업 정책이 우선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이러한 여건을 말해주듯 도시농업 분야에서 예산을 확보한 것은 불과 3년 전인 2018년 도시농업지원센터에 시비 6천만 원을 지원한 것이 시작이다.

이후 시는 도시 농부 학교, 토종 종자 나눔, 텃밭 컨설팅, 도시농업 전문가 양성 등 다양한 도시농업 활동에 도움을 줬다. 올해는 도시농업지원센터를 비롯한 8개 사업에 국·시비 9억 원을 확보했다. 앞으로 도시농업 예산은 점진적으로 확대되리라 본다. 특히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사업 발굴과 예산 지원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기적으로 텃밭을 매개로 공동체 조성 사업이 절실할 때 민관협치형 주민참여예산으로 ‘인천형 공동체 도시텃밭 사업’이 채택됐다.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 소유 토지(송도동 28-1번지)에 토지 사용 무상계약을 체결한 상태고, 오는 5월 중 텃밭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는 기존 단순 분양 및 관리 기능을 넘어 어린이, 특수학교 학생, 실버세대 등 다양한 계층이 어우러지는 공동체 텃밭, 나눔 텃밭, 사회적 텃밭이 될 것이다. 나아가 문화행사가 포함된 프로그램을 운영해 시민 스스로 주체가 되는 인천형 도시텃밭 운영 모델을 만들 것이다.

이와 함께 남촌도매시장 옥상에는 농촌융복합산업도 참여하는 복합 용도의 도시 텃밭을 조성한다. 도시농업과 6차 산업이 어울리는 공간, 텃밭과 농촌 융복합산업 인증 사업자가 연계된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시민들에게 녹색공간과 자연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역상품 인지도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텃밭은 자투리를 녹지로 만들고, 생산된 채소의 이동 거리를 줄이며,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고, 이웃들과 함께 모여 관계를 쌓는 공간이다. 이는 공동체를 통한 지역사회 돌봄 역할뿐 아니라 현대 도시인들의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돼 사회적인 보건·의료 비용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인천의 도시농업은 이제 걸음마 단계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특히 시민들의 자발적인 실천을 바탕으로 한 도시텃밭은 기후위기 시대에 대비하고 적응하는 동안 다양한 위기로부터 완충 역할을 할 것이다. 텃밭을 통한 공동체 형성으로 더 살기 좋은 인천이 되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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