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교수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교수

쓰레기 처리는 도시생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인천이 근대도시로 태동하던 개항기에는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했을까.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의문이지만, 쓰레기 문제를 상세히 다룬 자료는 찾기 어렵다. 한두 문장 정도 언급한 내용을 모아 추론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도시기반시설인 쓰레기 소각장이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진 이유는 더러워 피하고 싶고, 하찮게 취급한 것이 아닌가 한다. 

개항기 인천에 설치된 각 조계는 조계별로 쓰레기 소각장을 운영했다. 제물포 각국조계지 회의록(Foreign Settlement, Chemulpo Minutes vol. Ⅰ)에 쓰레기 처리 방법이 비교적 상세히 언급돼 있다.

각국조계의 협의기구인 신동공사는 쓰레기 처리와 거리 청소를 위해 청소부 4명을 채용했다. 이들은 매월 16달러(연 192달러, 1인당 4달러)를 받았다. 거주민이 쓰레기를 집 앞에 내놓으면 청소부가 이를 수거해 수레에 실어 소각장으로 운반한 다음 소각로에서 태우는 방식이었다. 일본조계와 청국조계의 쓰레기 처리 방법은 자료가 없어 전모를 파악하지 못했으나, 비슷한 방법이었을 게다. 분뇨는 주변 농촌지역으로 옮겨져 거름으로 쓰였다.

당시 일본거류민역소(일본조계)와 신동공사(각국조계)가 각각 설치한 도원동 소각장, 송월동1가 소각장은 조계지가 아닌 조선인 거주지역에 위치했다. 이들은 ‘조계지 밖 10리 이내’ 토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조약을 근거로 조선인 마을의 토지를 매입해 자신들의 혐오시설인 소각장을 만들었다. 

소각장을 관외에 두는 행위는 일제강점기에도 이어진다. 인천부는 1920년 처리용량이 한계에 다다른 도원동 소각장을 매각하고, 인천부 밖에 소각장을 새로 세운다. 쓰레기를 다른 지역에서 처리하는 일은 이처럼 오래됐다.

작년 인천시는 수도권 쓰레기매립장 사용기한을 더 이상 연기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사용종료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지자체들이 대체매립지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던 터라 인천시로서는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이 선언이 나오자 해당 기관들이 불쾌해 하더니, 최근에는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날선 공방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인천시가 자체매립지 후보지로 선정한 영흥도 주민의 반발도 거세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반증이다. 인천시의 혜안을 믿는다.

수도권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정도가 생활하는 곳으로 여기서 발생하는 쓰레기도 그만큼 많다.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처리했으면 수도권 쓰레기매립장의 별칭이 ‘동양 최대 쓰레기매립장’이었을까.

인천은 지난 35년간 수도권의 쓰레기를 받아왔다. 쓰레기는 발생지 처리 원칙에 따라야 한다. 

쓰레기 발생량 감축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2007년 일본 시즈오카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에 참가해서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했다. 일본 선수단 통역으로 나온 자원봉사자가 수시로 선수단이 버린 페트병 라벨을 벗기고, 병뚜껑을 분리하는 장면이었다. 벌써 14년이 지난 지금도 눈에 선할 만큼 충격적이었다. 우리나라는 작년에서야 페트병 분리 대중화에 나섰지만 정착까지는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는 K-POP, K방역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인 자랑거리가 많지만, 자원재활용은 후진국 수준이다. 정부는 소각과 매립이라는 관습적인 쓰레기 처리 방법을 개선하고, 쓰레기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 전 국민이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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