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경희사이버대 교수
장순휘 경희사이버대 교수

지난 16일 22사단 책임지역 내 고성 인근 민통선에서 붙잡힌 북한 남성의 행적에 관해 의문이 꼬리는 무는 가운데 군 당국의 해명 아닌 변명이 문제가 되고 있다. 북한 남성이 북에서 남으로 이동한 동선(動線)을 보면 이 엄동의 겨울바다에서 북한 해안을 출발해 근해상으로 진출한 후 해류를 따라서 남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해 NLL(북방한계선)을 통과해 22사단 경계근무 지역 해안으로 접근해 과감하게 철책 배수로를 통과해서 내륙으로 진입한 것이다. 

이 10시간의 행정은 다중 경계 시스템으로 철통 경계하고 있다는 군을 희롱하듯이 유유히 침투에 성공한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19일 합참에서는 작년 7월 강화군 교동도에서 탈북민의 ‘배수로 월북’사건 이후 전군에 "수문과 배수로 등 경계 취약시설을 철저히 점검하고 보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면서 이에 22사단도 책임 지역을 점검하고 ‘경계구역 내 배수로를 점검한 결과 이상없다’고 8군단에 보고를 했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점검한 결과 "22사단 배수로 48곳 중 (북한 남성이 통과한) 해당 배수로만 보완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니 경계근무가 무슨 동네 방범도 아니고 그저 참담할 뿐이다. 

22사단은 경계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해당 배수로만 보강조치를 안 했다는 이유도 통일전망대 인근지역이 과거 한국전쟁 당시 미확인 지뢰지대였기 때문에 폐쇄작업을 못했다고 하는데 한심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군의 공식 발표에 의하면 북한 남성은 통일전망대 후방쪽 군 시설과 민가를 그대로 지나쳐 내륙으로 5㎞를 도보로 이동했고, 야산에서는 낙엽을 덮고 휴식을 취하다가 적발됐다. 우리 군의 해안경계 실패가 반복되는 점은 우려 수준이 넘어서 심각하다. 

지난해 5월 21일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해변을 통해 밀입국한 8명 사건은 해안 경계에 대한 국민적 실망을 줬고, 다시는 이와 같은 경계 실패가 재발하지 않도록 반면교사(反面敎師)를 삼고자 해경과 군 관계자를 엄중문책을 했고, 전반적인 해상 감시 시스템을 보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사건을 조사한 합참 발표에 따르면 이동과정에서 해안레이더 6회, 해안복합감시카메라 4회, 열상감시장비(TOD) 3회 등 모두 13차례 침투 징후가 포착됐음에도 불구하고 근무자의 기강해이로 경계실패가 됐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경계 실패의 교훈을 전 해안부대가 공유했을 것이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으로 합참의 보완책이 무인항공기(UAV) · 드론 활용한 수색정찰 강화, 해안지역 순찰조 보강, 레이다 · 감시카메라 · TOD운용체계 최적화, 운용요원의 전문성 향상 등을 발표했고, 전 해안 경계부대가 경계 시스템을 보강했음에도 뚫렸다니. 해안 경계시스템은 해군의 원해(遠海) 해상경계와 근해(近海)감시망 그리고 육군 해안부대의 해안선 경계 및 해경의 근해감시망 등 다중경계망이 작동 중이다. 

특히 동해는 해안선 가까이 소규모 섬과 같은 경계사각지대가 거의 없어서 해안으로 접근하는 ‘움직이는 물체’는 레이다 스코프상에 포착 확률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육군의 해안경계 시스템은 20㎞ 이내 해상 선박과 이동 물체를 감시하는 레이다기지(R/D Site)가 해안선을 따라 중복 감시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식별되는 물체는 레이다 스코프에 실시간 위치를 표정해 추적하고 대공 용의점이나 의아물체로 인식이 되면 즉각 해안 경계부대로 비상을 발령하고 현장으로 출동시켜 체포나 격멸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이번 동해안 고성 해안지역 북한 남성 침투사건은 해안경계의 총체적인 경계 실패로 평가돼도 할 말이 없다. 한마디로 다들 졸았다는 얘기다. 육군본부는 병력에 의한 원시적 육안 감시보다 경계 과학화로 가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엄청난 예산의 투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연전연패의 경계 실패에 대해 육군참모총장은 대국민 사과를 해야 마땅하다. 

2018년 ‘4·27판문점선언’에 이은 ‘9·19남북군사합의’ 후에 우리 군의 주적(主敵)개념이 흔들리면서 경계의지가 약화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2019년 북한 목선 삼척항 무단 접안사건과 지난해 5월 태안 해안 소형보트 침투사건 그리고 11월에 철책 귀순사건에 이은 이 사건은 우리 군의 심각한 근무기강 해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군 당국은 총체적인 경계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근무기강 확립 차원의 일번백계(一罰百戒)로 경계실패의 고리를 끊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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