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이제라도 정부는 집값 폭등에 고통받는 시민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부동산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우선 주택공급 체계를 개편해 짓지도 않은 집을 파는 선분양 제도와 후분양제,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이익을 챙기는 건설사들의 일방적인 이윤 추구를 검토해야 한다.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선분양 제도를 후분양제도로 전환해야 한다. 국민의 고통을 줄이고 없애는 것이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다.

주택청약 열풍과 0순위 통장이 전매되기도 했던 시절에도 주택 마련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고 일반 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하면 시간이 좀 길어도 내 집 마련이 가능했다. 한때는 분양가 외에 공채를 사야 하는 주택제도도 있었고, 안되면 프리미엄을 주고라도 사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때는 어찌어찌하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이 걸린다(경실련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82㎡는 118년 걸린다는 발표). 이것은 희망고문마저 사라지는 사회로 간다는 증거이다. 자신의 소득을 저축해서 집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혼하기 힘들어지고 결혼한 부부들은 주택 상환금으로 절약의 절약을 하면서 아이 갖기를 포기하고 있다. 돈을 벌어도 대출금 상환에 지쳐가기에 배우자 선택도 사랑보다는 현실에 돈 많은 사람이 결혼 1순위라는 말이 나온다. 이러한 현실은 저출산으로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경쟁력에 적신호로 작용하게 된다. 

서민들은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하니 온갖 대출로 집을 마련하고 대출금 상환에 지쳐가고 삶을 유지하는데, 부동산꾼(?)들이 돌아다니며 부동산을 매입한 후 가격을 높이고 차익을 실현하면서 부동산에 거품으로 작용한다. 이들을 막는 방안이 지금의 부동산정책은 아닐 것이다.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명확하게 잡아내야 한다. 

서울 상황과 유사한 싱가포르, 홍콩, 도쿄에서 시행하는 부동산정책도 봐야 하지만 여기서도 부동산은 계속 오르고 청년들의 취업도 어렵다. 하지만 그들이 부동산정책을 받아들인다는 점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나름의 원칙이 있고 우리보다는 공정하다는 점이 수긍하는 이유이다. 또한 도쿄 주변의 위성도시에 빈집이 늘어나는 점도 우리가 당면할 미래라는 점도 부동산정책에서 고려돼야 한다. 

주택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무리한 공급도, 용적률 상한을 조정해 무조건 빌딩 숲을 만드는 정책도,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재개발 재건축 완화로 방향을 잡아 부동산 투기꾼들의 놀이판으로 만들어 준다면 이 또한 미래 세대에게 너무 미안한 나쁜 짓이다. 역세권으로 접근하기 위한 교통 노선이 편리하다면 아파트를 좀 더 싸게 지을 수 있고 고층이 아니라 지역마다 차별화된 것으로 수요자를 이끌어야 한다. 

고밀도가 싫은 사람은 공원이 많은 지역으로 입주하고, 숲을 좋아하는 사람은 숲세권으로 입주하고, 편리성을 추구하는 사람은 역세권의 아파트로 입주하는 형태로 주택공급을 고민해야 한다. 전부 높은 아파트만이 아니라 낮은 아파트도 있어야 하고, 하늘도 보고 숲도 보고 산을 보면서 살아가는 아파트여야 한다. 분양가상한제와 분양원가공개 등 정부 규제가 사라진 2000년-2007년 사이에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점이다. 아파트 원가 공개제가 사라진 지금 서민들이 주택청약으로 접근하는 자기 능력에 맞는 아파트를 공급해야 한다. 

전매제도가 가능하면 투기꾼이 성행하고 아파트 중개업자도 무조건 거래만 발생시키고 갭투자를 유도하는 부동산꾼(?)을 억제해야 한다. 지방 도시로 젊은 층을 이끄는 매력적인 사업 수단도 나와야 하고, 도시계획부터 건설사 선정까지 정부가 다 개입할 수도 없지만, 정말 국민의 편에서 정책이 입안돼야 한다. 트로트가 인기 있는 것은 전 국민의 ‘공감’이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공감하는 주택정책은 국토교통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 복지까지 연결되는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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