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99분 / 드라마 / 15세 이상 관람가
 

영화 ‘고백’은 아동학대라는 무거운 소재에 살인과 유괴라는 어두운 미스터리를 접목했다. 범죄 드라마지만 특정 범죄사건을 묘사하는 데 치중하기보다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비극적인 현실을 드러낸다.

 ‘고백’은 아동학대 사건을 보도하는 텔레비전 뉴스 장면으로 시작한다. 곧이어 뉴스에는 국민 성금 1억 원을 요구하는 전대미문의 유괴사건이 보도된다. 같은 날 사회복지사 ‘오순(박하선 분)’이 돌보던 아이 ‘보라(감소현)’가 감쪽같이 사라지는데, 보라의 아버지는 며칠 뒤 시신으로 발견된다. 이 모든 사건이 벌어지기 전 보라의 아버지와 몸싸움을 벌였던 오순은 경찰의 용의선상에 오른다.

 작품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우리 사회가 외면하지 말아야 할 아동학대 문제를 조명하며 관심을 촉구한다. 보라를 통해 폭언과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을 세세하게 들여다보며 참혹한 현실을 드러내고, 이를 개선하지 못하는 사회 시스템에 경종을 울린다.

 그렇다고 아동학대 장면을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굳게 닫힌 문 너머 아이가 겪지 않아야 할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늘 의기소침하고 또래 아이와는 다른 행동을 보이는 보라의 모습을 통해 학대로 인한 상흔은 신체뿐 아니라 마음에도 남는다는 점을 보여 준다.

 영화는 아동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우리 사회가 되풀이하는 반성이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지적한다. "나도 애들 맞은 것 볼 때마다 부모들 죽이고 싶고, 그 애들 납치해서 숨겨 두고 싶어. 매번 한발씩 늦는 것도 지겹다고." 부모의 학대가 의심되는 상황에서도 아이를 다시 집에 돌려보내야 하는 오순에게 아동복지센터장이 건네는 대사다. 아동학대를 막으려고 해도 가해자인 동시에 아이의 보호자인 부모를 저지할 수 없는 현실을 향한 답답함과 분노가 담겨 있다.

 영화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면서 유괴와 살인사건의 연관성을 짚어 가는 경찰 ‘김지원(하윤경)’을 통해 극 중 미스터리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지원은 오순의 행적을 좇아가며 진실에 다가가지만 누구 편에 서야 할지에 대한 혼란과 착잡함을 느낀다. 누구보다도 정의로운 인물이지만 우리 사회가 구현해야 하는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무엇보다 영화의 힘은 보라에게 손을 내미는 오순의 따뜻한 시선과 오순을 의심하면서도 그의 마음을 이해하는 지원의 연대에서 나온다. 이 영화는 24일 개봉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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