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터
104분 / 드라마 / 12세 관람가
 

낯선 곳에서 새 출발한 ‘진아’는 우연히 복싱에 매료되고 어쩌다 복서가 된다. 두 탕 알바에 고된 몸으로 오른 링 위에서 그녀가 마주한 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던 자기 자신이었다. 삶의 발버둥이 아닌 스텝을 가르쳐 준 복싱. 진아는 살아가기 위한 진짜 파이팅을 준비한다.

 ‘파이터’는 복싱을 통해 자신의 삶과 처음 직면해 비로소 삶의 동력을 얻게 된 여성, 진아의 성장의 시간을 담은 영화이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2020)에서 넷팩상과 올해의 배우상을 동시에 거머쥐고,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부문 14플러스 섹션에 공식 초청된 바 있다.

 특히 임성미, 오광록, 백서빈 그리고 윤재호 감독과 촬영 스태프들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촬영한 작품으로, 복서와 복싱코치 역할을 맡은 임성미와 백서빈은 프리 프로덕션 기간 체육인 못지않은 훈련의 시간을 보냈다. 이런 까닭에 총 13회 차의 짧은 촬영 기간에도 배우들과 스태프 사이 관계가 끈끈했다는 후문이다.

 영화 하이라이트 장면에는 백서빈과 오광록이 자신의 촬영 장면이 아닌데도 자리를 지켜 첫 장편 데뷔작인 임성미를 응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벽녘 진아가 홀로 시장 거리를 달리는 장면은 윤재호 감독을 포함해 전 스태프가 함께 뛰며 완성했고, 복싱 장면은 다큐멘터리 영화 촬영 기법을 활용해 거칠고 생동감 넘치는 영상미로 담아냈다.

 여기에 관객 모두가 지나왔거나 지나고 있을 우리 모두의 청춘이 겹쳐 보이며 넘어져도 다시 한 번 일어날 도전과 희망의 크로스를 선사한다. 고개를 떨어뜨린 진아 아래로 보이는 ‘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카피는 코로나19로 인해 녹다운됐던 2020년을 날려 버릴 2021년 우리 모두를 위한 파이팅 무비의 등장을 예고한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넘나드는 통찰과 따뜻한 시선의 카메라로 주목받은 윤재호 감독의 신작으로 기대를 한껏 고조시킨다.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을 조명하고 사회의 커다란 변화보다 한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피어나는 희망을 믿고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파이터는 전국 극장에서 18일 개봉한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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