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국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백승국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벚꽃이 만발하는 4월은 자연과 소통하는 계절이다.  

반면에 각 대학에서는 갓 들어온 신입생들과 만나는 면담의 계절이다. 그래서 4월이 되면 교수들은 작은 고민에 빠진다. 자아가 강하고 개성이 재기발랄한 20대들과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의 코드가 무엇인지 탐색해야 한다.

첫 만남에서 꼰대 문화에 젖은 답답하고 고루한 교수라는 인상을 주는 순간 대화는 단절되고, 면담은 형식적 절차로 추락한다. 

꼰대는 프랑스어로 백작을 의미하는 콩테(comte)의 어원을 갖고 있다. 백작인 꼰대 캐릭터는 권위적이고 말이 안 통하고, 본인만이 옳다고 믿는 사람으로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는 한없이 관대한 사람을 지칭한다.

반면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특징은 자존감이 강하고 자아와 개성이 뚜렷한 세대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사교육 혜택과 가족의 사랑을 집중적으로 받고 자란 세대로 기득권의 권위와 수직적 사고에 사로잡힌 꼰대 문화를 거부하는 세대이다. 

MZ세대와 면담 중에 꼰대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질문은 피해야 한다.

특히 사적 영역의 질문은 세대 간 차이를 각인시키는 어색한 분위기만을 연출할 뿐이다.

예컨대 부모님 직업, 재산 현황, 사는 동네, 아파트 평수, 종교, 정치적 성향 등과 연관된 질문은 피해야 한다. 

이러한 질문은 기성세대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는 정형화된 익숙한 질문이다.

하지만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자신의 능력과 역량만으로 공정하게 평가받는 세계관을 갖고 있다.

부모님의 직업과 부동산 그리고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불공정하게 평가받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수들은 교육적 가치와 덕담을 명분으로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삶의 철학을 강요하는 면담으로 꼰대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사례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미래 사회의 주인공인 MZ세대와 소통하는 해법은 복잡하지 않다. 그들의 자아를 존중하고 자존심을 높여주는 배려의 질문이 해법이다.

그것은 돈, 권력, 명예, 부동산, 주식, 정치 등 물질적 자산에 관한 질문이 아니라 MZ세대의 취향과 취미가 무엇인지 탐색하는 문화자본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MZ세대는 SNS 매체를 매개로 자신들의 자아를 표출하면서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세대이다. 그들은 온라인 매체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과 좋아하지 않는 취향을 선택적으로 표현하면서 소통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 「디지털 시대와 노는 법」에서 MZ세대와 공존하면서 미래 사회를 만드는 방안을 제시하는 책들이 인기이다.

사회적 계층의 구별 짓기와 티 내기 문화를 연구한 프랑스 사회철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취향이 사회적 불평등과 계급을 넘어서는 잣대라고 주장했다.

오늘날 MZ세대의 취향과 취미는 사회적 계층을 초월하는 그들만의 자존심과 자아를 발견하고 공감하는 영역이다.

꼰대 문화에 젖어 있는 기성세대의 권위 의식과 편견은 세대 간 차이와 소통 단절을 가져올 뿐이다. 

MZ세대의 취향이 무엇인지 관심을 보이고, 공감과 소통의 코드를 작동시키는 수사학적 기술이 필요한 시대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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