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페르메유는 21세기임에도 여전히 빈곤하고 이민자들과 빈민, 경찰과의 마찰로 불안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 전근 온 경감 스테판은 순찰팀에 소속되고, 그는 순찰하며 검문이란 명목으로 여학생을 성희롱하는 등 무법자 같은 경찰의 행태를 보고 충격을 받는 한편 서커스단의 아기 사자 도난사건에 휘말린다.
이 영화는 오랜 세월 프랑스 파리 외곽 지역에 층층이 쌓인 분노를 긴장감 속에서 들여다본다. 빈곤과 차별로 인한 불만이 팽배한 이 지역의 분노가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다. 경찰들이 사자와 연관돼 보이는 아이들을 쫓는 사이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지고 실종된 사자와 도망친 소년, 그리고 불발된 총탄이 만든 최악의 하루는 이내 현대의 장발장들이 만들어 낸 분노의 묵시록으로 이어진다.
영화는 2005년 파리 소요 사태를 언급한다. 또 다른 파리 외곽 도시인 클리시수부아에서 벌어졌던 소요 사태는 경찰을 피해 달아나던 10대 소년 두 명이 변전소 담을 넘다가 감전돼 한 명이 사망하고 한 명이 크게 다치며 발생했다. 당시 소년들은 축구 경기를 보고 집에 돌아가다 경찰차를 보고 도망쳤고, 경찰은 이유 없이 달아나는 소년들을 추격했다. 지역사회는 분노했고, 두 달여간 300여 채의 건물과 차량 1만여 대가 불타는 폭동이 벌어졌다.
래드 리 감독의 첫 장편영화인 ‘레 미제라블’은 폭력을 행사하는 경찰의 모습을 드론 촬영 기법 등을 활용해 담아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거리감을 선사한다. 이 영화는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 수상을 비롯해 영화 ‘기생충’과 함께 프리미어 상영됐다. 또 제45회 세자르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4관왕, 제77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부문과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영화는 15일 개봉한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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