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이명운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갈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생갈비의 담백함을 좋아하는 사람, 양념과 어우려져 그 맛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구분된다. 생갈비는 재료의 신선함에 따라 그냥 소금이나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는 담백함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고기의 신선도가 떨어지면  고기의 변하는 색깔을 감추기 위해(?) 양념을 넣어 고기 냄새와 향으로 고기의 맛을 더해 양념갈비가 된다.

꼭 신선도 문제일 수는 없지만, 양념 비용이 더 들었는데도 생갈비와 양념갈비의 가격이 다르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신선도는 어느 것이 좋은지 알 수 있다. 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생갈비와 양념갈비에서 재료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은 양념갈비일 듯하다.

맛집에서 그날 주방장이 추천하는 것을 선택한다면 그 선택은 틀리지 않는다(단, 맛집의 주방장은 진솔하고 꼼수를 펼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만 그리해야 한다).

생갈비파와 양념갈비파,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서로의 주장만 하는 조폭이나 정치인의 싸움과도 같다. 거기에 블로거나 SNS 영향으로 서로가 자신의 주장만 하고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다양한 눈으로 맛집과 유명한 집을 소개하고, 그 효과로 찾아 다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파워 블로거의 영향은 ‘좋아요’와 ‘구독’을 강요하면서, 식당이나 가는 곳마다,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간혹 갑질 문제까지도 일으키기도 한다. 맛집을 소개하는 기자들도 객관적인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데 한편의 치우친 시선으로 담백한 것을 양념으로 범벅을 해서, 신선한 재료를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맛집의 주방장은 재료를 꼼꼼이 따지고, 신선도를 중시한다. 생갈비의 잃어 버린 신선함을 감추기 위해 양념으로 덮는다고 생각한다. 식당을 하시는 분들은 반발하겠지만, 고기의 냄새를 좋은 향신료나 약초를 넣어 양념을 한다고 주장하지만 신선도만 놓고 보면 다르다는 것이다. 정치에 비교하면 순수함을 덮는 것이 양념갈비이다. 

좋은 재료로 좋은 향신료를 넣어 좋은 음식을 내는 것도 주방장 몫이다. 맛집 주방장은 맛에 대한 철학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영악함이나 편리함이 아니라 맛을 내기 위해 신선한 재료 준비부터 손님의 식탁에 나오기까지, 철저히 준비하고 최선을 다한다. 

고기 부위가 다르면,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가 다르고 요리 방법도 다르듯 정치적 사안이 다를 때마다 자기주장만 하고, 남의 것은 무조건 맛없다고 징징대는 어린아이처럼 사사건건 막말과 험담, 말의 칼춤에서 손님(국민)은 아예 고기를 안 먹고 다른 음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담백한 생갈비처럼 순수를 지키는 정치를 보고 싶다. 

순수한 재료(정치 신인)를 준비하고, 재료가 맛이 나오도록 숙성하고,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입맛이 변하는 손님을 고민하고, 그들을 위한 레시피를 연구하면서 맛집을 이어간다. 그것이 세대를 뛰어넘는 노포, 백년가게가 되는 것이다. 생갈비를 담백하게, 양념과 어울려 양념갈비를 먹을 때도 있다.

하지만 생갈비, 양념갈비만이 진리일 수는 없다. 상대방의 맛을 인정하고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을 때 맛집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백년가게는 있는데 백년 정당은 왜 없을까? 선거마다 이름을 바꾸니 없겠지. 주방장이 레시피도 없고, 신선한 재료도 없고, 숙성 과정이나 전통 비법도 없이 생갈비를 나쁜 양념으로 버무리 놓고 맛있다고 우기니 없는 것이다. 

자기만 최고이고, 나는 괜찮고 너는 안 된다는 ‘내로남불’의 아집(我執)이, 백년가게도 아니면서 자기 음식이 좋다고 우기기 때문이다. 생갈비가 최고라고 우기지 말고, 양념갈비가 최고라고 우기지 마라. 생갈비보다 좋은 점이 무엇이라고 설득하는 양념갈비를 먹고 싶다. 양념갈비가 아니어도 고기 냄새를 잡아서 담백하다고 말하는 생갈비를 먹고 싶다. 

백신의 종류가 다양하듯 고기의 부위에 따라 요리법이 다른 요리 방법으로 맛난 고기를 맛보고 싶다. 말로 마음을 다치게 하고 잘난 체하는 수준 이하 정치에 코로나19 상황보다 더 힘든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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