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빛, 좋은 공기

110분 / 다큐멘터리 / 12세 관람가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는 1980년 전후 지구 반대편에 있는 두 도시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일어났던 거울처럼 닮아 있는 아픈 역사를 통해 현재 우리의 미래를 비추는 고고학적인 아트멘터리 영화다.

 두 도시는 신군부 세력으로부터 학살을 겪었다. 1980년 5월 18일 좋은 빛(Good Light)이라는 뜻을 가진 ‘광주’의 시민들이 신군부 세력에 의해 무고한 희생을 당하고 있을 때, 좋은 공기(Good Air)라는 뜻을 가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국가 권력 또한 3만여 명의 시민들을 실종자로 만들었다. 

 이처럼 지구 반대편의 두 도시는 놀랄 만큼 닮은 학살의 고통을 겪고 아직도 아픈 역사의 시대를 견디는 살아남은 사람들이 있다. 

 영화는 기억하는 이와 남겨진 이의 증언을 교차하며 화면에 제시한다.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 두려움을 무릅쓰고 아픔이 도사리고 있는 전남도청과 아르헨티나 비밀수용소를 발굴하고 복원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자식을 먼저 보냈던 광주의 어머니들과 실종된 자식을 찾고자 광장에서 침묵 행진을 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어머니들은 비록 지구 반대편이라는 먼 물리적 거리로 떨어져 있지만 같은 아픔을 공유한다. 

 한국 작가 최초로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흥순 감독은 새로운 영상언어와 감각적인 화면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을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는 전국 상영관 28일, 영화공간 주안에서 29일부터 상영한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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