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신 기자
안유신 기자

국내 최초의 농산물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이 지난 30여 년간 대량의 농수산물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투명한 가격정보 공개와 거래의 투명성·공정성을 제고해 농산물 유통 개혁을 위한 맑은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부의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독점적 경매제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과 함께 공영도매시장의 거래질서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며 국회, 농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 등을 중심을 기존 경매제도에 대한 개선을 요구해 왔다. 

지난 15일부터 내달 15일까지 ‘가락시장에 공익형 시장도매인제도 도입’을 위한 청와대 청원이 진행 중이다. 이번 청원의 취지는 농산물 공영도매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생산자인 농민에게는 가격 결정권을 되찾아 주며 소비자인 국민에게는 합리적이며 안정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것이다. 

가락시장은 국내 농산물 거래의 37%를 차지하고 국가 정책의 기준 가격이 되고 있다. 그러나 독점적인 경매제를 통한 가격결정으로 생산자인 농민에게는 고생한 보람을 빼앗고, 소비자인 국민에겐 비싼 가격으로 손해를 보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이 이런 상황임에도 도매시장법인들이 경매제를 포기 못하는 이유는 농산물 거래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현재 가락시장의 도매시장법인(경매회사)들은 대부분 농업과 무관한 대기업이나 거대자본이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안팎으로 위축된 경제 상황에서도 독점수탁권을 가진 도매법인들이 가락시장 개설 이래 사상 최고액인 순수익 320억 원을 달성했다는 후문이 들려온다.  

이처럼 독점적 경매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생산자와 소비자는 손해를 봐도 유통법인은 돈을 벌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이야기다. 가격변동성이 크다는 경매제의 특징은 소비자 가격을 왜곡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작년 9월 3일 가락시장 양배추 8㎏ 상품 가격은 7천20원이었지만 다음날 1만6천251원으로 131% 급등했다. 또 다시 이튿날 다시 8천723원으로 46% 폭락했다. 경매일이 하루 달랐다는 이유로 농민의 1년 피땀이 어느 날은 두 배가 되고, 어느 날은 절반 이하가 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제값을 받지 못하는 농민과 비싸게 사고 있는 소비자 모두 피해를 보게 되지만, 모든 농산물에서 수수료 수익을 받는 유통법인만 돈을 버는 구조가 현재의 경매제임을 알 수 있다. 

때문에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경매제 중심의 공영도매시장 거래질서’에 대한 개혁 필요성은 어쩌면 피해갈 수 없는 대세인 셈이다. 이에 대해 대체적으로 적극적인 입장인 서울시와 서울농수산식품공사와 여전히 미온적인 입장인 농림부가 여러 이해당사자들과 합리적이며 지속적인 논의, 지혜로운 판단으로 공익형 시장도매인제도가 하루빨리 도입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안유신 기자 ay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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