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계를 비롯해 우리 사회는 7년 전 큰 아픔과 마주했다.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 될 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 참사’였다. 

 부푼 마음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250명의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과 11명의 교사 등 총 29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돼 생존자는 476명(승객 304명)의 승선자 중 36.1% 수준인 172명에 불과했던 대형 참사다.

 그날 이후 우리 사회는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고 변화를 시도했다.

 정부는 2015년 국민의 안전의식 수준을 제고하고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근거로 매년 4월 16일을 국가기념일인 ‘국민안전의 날’로 제정했다.

 안산교육회복지원단을 한시 운영하고 전국 최초로 민주시민교육과를 운영하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아픔을 공감하면서 세월호 참사의 의미를 성찰하고, 비판적 사고의 힘을 길러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서 실천하는 역량을 키우기 위한 ‘4·16교육사업’을 추진해 온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민주시민교육과 함께 안전예방교육을 보다 활성화하고자 ‘4·16민주시민교육원’을 직속기관으로 신설했다.

 4·16민주시민교육원은 2016년 5월 도교육청과 경기도, 경기도의회, 안산시, 안산교육지원청, 단원고, ㈔4·16가족협의회 등 7개 기관의 협약에 따라 추진됐다. 당초 안산 단원고 인근에 건립 예정이었지만 일부 주민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안산교육지원청 본관과 부속건물을 활용해 건립됐다.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앞둔 올 4월 12일 ‘기억을 넘어 희망을 품다’를 비전으로 개원한 4·16민주시민교육원은 옛 안산교육지원청 부지 4천840㎡, 총면적 7천18㎡(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로 구성됐다.

 ‘기억관(4천132㎡)’에는 책상과 문틀의 낙서, 시간표 등 참사 당시의 모습이 원형 그대로 보존된 2학년 10개 반 교실과 수업계획표, 수첩 및 교과서 등 교사들의 손때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집기류 등이 보존된 교무실 등 ‘4·16기억교실’이 2∼3층에 자리잡았다. 각 교실과 교무실은 실제 안산 단원고의 천장텍스 등 모든 자재들이 빠짐없이 옮겨져 복원됐다.

 이 밖에 영상실과 기록실도 마련됐다. ‘미래희망관(2천885㎡)’은 7개 교육실과 세미나실 등 다양한 체험형 안전교육 등을 위한 공간으로 꾸려졌다.

 전명선 4·16민주시민교육원장은 개원식에서 "4·16민주시민교육원은 기록으로 기억과 약속의 길을 만들어 가는 아카이브이며, 아이들의 교실(기억교실) 그 자체로 큰 울림이 있는 살아있는 배움터"라며 "참사를 기억하고 그것을 자기화함으로써 학생, 교사,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4·16 교훈이 깃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는 전명선 원장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민주교육의 장 역할을 수행할 4·16민주시민교육원의 의미와 운영계획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어느덧 올해로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았는데 소회는.

▶항상 받는 질문이지만 답답함이 크다. 세월호 참사 이후 7번째 해인 올해 4·16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활동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가족들이 바라고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진상 규명 부분은 아직까지 부진한 상태다.

또 별이 된 우리 아이들의 영원한 안식처라 할 수 있는 ‘4·16생명안전공원’도 아직까지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

다행인 것은 뒤늦게라도 4·16민주시민교육원이 개원하게 된 점이다. 희생된 아이들과 선생님, 그리고 생존 학생들과 피해가족 및 유가족들에게 그나마 조금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의 ‘안전’에 대한 인식은 얼마나 바뀌었다고 생각하는지.

▶안전에 대한 부분을 말하기 전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에서 바뀐 점을 먼저 말씀드린다면 ‘추모하는 문화의 변화’를 꼽고 싶다.

세월호 참사 당시만 해도 단지 슬퍼하고 곁에서 손잡아 주며 울어주는 데 그쳤었다면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애도하고 함께 해 주는 문화가 생겼다.

특히 매번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제기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가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의 아픔을 겪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는 공통된 목소리도 있다.

4·16민주시민교육원 전경.
4·16민주시민교육원 전경.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만 얘기했었지, 피해 지원과 보상 등에 대한 요구를 한 적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부모로서, 또 이 사회를 살아가는 어른이자 사회인으로서 당연한 것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 2015년 ‘국민안전의 날’이 제정되고 초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생존수영’이 시행되는가 하면 먹거리와 이동에 대한 수단 및 안전에 대해 사실상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채 단체로 이뤄지던 ‘수학여행’이 소규모 단위의 ‘체험학습’으로 변화하는 등의 모습을 볼 때 안전에 대한 인식과 중요성도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고 본다.

-4·16민주시민교육원이 지향하는 가치와 교육이념은.

▶4·16민주시민교육원 개원을 바라보는 전국의 학생과 교사, 시민들이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어떠한 교육이 필요한지에 대한 각자의 희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신설 기관인 4·16민주시민교육원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본다.

그래서 앞으로 4·16민주시민교육원을 운영함에 있어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4·16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에 ‘안산 단원고 4·16기억교실’이 조성돼 있다.
4·16민주시민교육원 기억관에 ‘안산 단원고 4·16기억교실’이 조성돼 있다.

우선 학생들과 교직원, 시민 한 명, 한 명에 대한 다양한 거버넌스 활동들을 비롯해 4·16민주시민교육원 내에 운영위원회 또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요구들을 잘 결합하고 조직화시키는 4·16민주시민교육원의 ‘싱크탱크(Think tank)’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

코로나19 시국에서 방역단계에 따라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 또는 필요에 따라 직접 찾아가는 등의 다양한 교육을 마련해 보고자 한다. 올해가 운영 첫해인 만큼 아직 프로그램 내용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하반기부터 충실하게 진행해 나가겠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앞으로 4·16민주시민교육원이 지향하고 나아가야 할 가치관과 방향에 대한 부분을 정확하게 재정립하고 전 국민들에게 알릴 예정이다.

앞으로 4·16민주시민교육원은 ‘비판적 사고의 힘을 기르고 4·16의 교훈을 찾아 실천하는 민주시민으로의 성장’을 목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나가겠다.

기억관 1층에 설치된 조형물.
기억관 1층에 설치된 조형물.

-4·16민주시민교육원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맡게 되는 역할은.

▶4·16민주시민교육원에서 맡게 될 책임에 대한 부분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바로 ‘안산 단원고 4·16기억교실’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4·16민주시민교육원의 교육 프로그램은 ‘기억교실’과 어떻게든 결합돼야 한다고 본다. 가장 주된 이유는 과거 대형 선박 참사에 대한 부분 때문이다.

1953년 ‘창경호 침몰사고’와 1970년 ‘남영호 침몰사고’,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사고’ 등 과거에 발생했던 대형 선박사고에 대한 자료들을 지금 찾아보더라도 사고 이후 시스템과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프로세스(Process)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알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선박사고는 계속됐는데, 사례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사람의 목숨보다 돈을 중요시한 몇몇 사람들과 기업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이다.

국가는 경제 활성화라는 명목 하에 안전시스템 규제 등 국가적인 책임을 공기업에 전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책임지는 사람도 소수에 불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10년 정도가 지나면 다시 규제 대상이 된다.

때문에 ‘기억하겠다. 끝까지 함께 하겠다’를 기반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행동으로 이어지는 교육체계가 만들어지려면 4·16민주시민교육원의 교육 프로그램은 기억교실과 연계돼 항상 탐방과 체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 세계를 찾아봐도 참사 현장을 복원하고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전문가 등을 통해 현장에서 보존처리와 기록화된 것은 아마 ‘기억교실’이 처음일 것이다.

이 시스템을 제대로 정립해 4·16민주시민교육원은 물론 다양한 교육기관에 자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또 ‘기억교실’을 다양한 브랜드와 예술적으로 승화시켜 후대에까지 잘 관리·보존, 교육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

미래희망관에 마련된 교육실.
미래희망관에 마련된 교육실.

-‘기억교실’ 운영계획은.

▶오래전부터 4·16가족협의회에서 ‘기억교실’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논의됐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전 세계적으로 참사의 현장부터 지금까지 기록하고 복원하고 보존처리한 뒤 그것을 실제 체험하는 형태의 교육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은 찾아볼 수 없는 만큼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4·16민주시민교육원은 ‘기억교실’을 추모와 교육공간에서 나아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4·16생명안전공원 건립과 세월호 선체 보존을 비롯해 안전해양체험관 국민안전관과 광화문 기억관, 팽목항 추모공간, 안산 단원고 내 추모조형물 및 경기도교육청 내 조형물 등을 하나로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4·16민주시민교육원이 하게 될 것이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사진= <4·16민주시민교육원 제공>

※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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