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매향리 갯벌과 화옹지구 간척지, 화성호 일대를 포함하고 있는 화성습지. 면적이 7천301㏊(73.5㎢)에 달하는 이곳은 조간대 간석지와 간척호수, 배후 습지와 농경지로 구성된 독특한 자연환경으로 붉은어깨도요새·저어새와 같은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44종의 조류와 9만7천여 다양한 생명체들이 서식하는 등 이동성 물새를 부양하는 천혜의 자연 보고다. 

습지는 최근 대기와 해양의 탄소를 흡수하는 기능, 즉 탄소격리 및 저장고 역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물과 습지 표면의 식물성플랑크톤에 의한 산소 생산은 지구 대기 산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화성시민, 나아가 경기도민과 대한민국 국민의 소중한 자산으로 삶터이자 쉼터 역할을 하고 있는 화성습지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2017년 2월 국방부가 화옹지구를 수원군공항 예비 이전후보지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화성습지를 지키기 위한 화성시와 화성시민의 노력을 알아본다.

2019 화성호 전국 드론 사진 공모전 대상에 선정된 정재실 씨 작품 ‘화성호의 비상1’
2019 화성호 전국 드론 사진 공모전 대상에 선정된 정재실 씨 작품 ‘화성호의 비상1’

# 미래 세대를 위한 선택, 화성습지 보호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부터 화성호 내부까지 23㎢의 대형 갯벌을 칭하는 화성습지는 다양한 수생생물의 산란 및 양육지는 물론 이산화탄소 흡수와 수질오염 정화 기능도 수행, 반드시 보전해야 할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많은 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수질 정화와 기후·홍수 조절 기능은 물론 생태관광자원으로의 무궁무진한 활용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화성시는 ‘하늘과 바다와 사람의 생명을 이어주는 화성습지’를 슬로건으로 다양한 습지 관련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18년부터 화성습지의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람사르습지 지정까지 이끌어 낸다는 방침이다.

‘람사르 협약’은 진정한 지속가능 발전을 향해 가는 과정의 한 부분으로, 지역민과 각 나라의 현명한 습지 이용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수십 년간 전문가들의 경험을 집약한 국가 간 협약이다. 

매향리 갯벌의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반대하는 일부 주장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역주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시의 일방적 추진이라던지, 개발제한구역보다 더한 개발제한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려는 의견 수렴 단계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언제든지 의견  제시가 가능하다. 또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려는 곳은 공유수면이기 때문에 애초 국가 소유이며, 매향리 갯벌에는 토지와 건축물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개발제한으로 주민이 피해를 입는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화성습지에 몰려든 저어새 모습.
화성습지에 몰려든 저어새 모습.

# 화성습지의 환경적 가치

화성습지는 동아시아부터 대양주(오세아니아)로 이동하는 철새들의 주요 이동경로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 및 휴식처로 사용되고 있다. 이곳에는 3만2천 마리 이상의 물새가 출현하는 것으로 연구됐으며, 법적보호종도 8종(노랑부리저어새·큰기러기·큰고니·저어새·매·흰꼬리수리· 검은머리물떼새·알락꼬리마도요)이나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다.

또 169종의 저서동물이 화성습지에 서식하고 있으며, 염생식물(소금기가 많은 땅에서 자라는 식물)의 식생 분포 면적도 4만2천여㎡에 달한다.

이는 습지보전법상 습지보호지역 지정 요건인 ▶저서동물 출현 종수 100종 이상 ▶염생식물 식생 분포 면적 1만㎡ 이상 ▶법정보호종 서식처 또는 도래지 ▶물새 2만 마리 이상 출현 등을 모두 충족하는 조건이다.

더욱이 화성습지에서 최근 수원청개구리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수원청개구리는 국내 고유종으로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의 양서류다. 세계적으로 2천여 마리만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내에서도 농지와 습지의 연이은 개발로 인해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닉 데이비슨(Nick Davidson)철새보호국제기구 기술위원장은 ‘2020 화성습지 국제심포지엄’에서 "화성습지가 기후 및 생태위기를 막아 줄 것"이라며 "화성습지는 한반도에 거주하는 사람들과 생물들에게 매우 중요한 공간이 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화성시가 국회 앞에서 김진표 의원이 발의한 ‘군공항 특별법  개정안’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화성시가 국회 앞에서 김진표 의원이 발의한 ‘군공항 특별법 개정안’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수원군공항 이전 후보지로 선정된 화옹지구, 화성습지의 위기

농어촌공사가 1991년부터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에서 우정읍 매향리까지 9.8㎞의 바닷물을 막아 대규모 간척농지를 만들려고 바다를 메워 조성한 게 화옹지구다. 간척지 4천482만㏊와 화성호 1천730만㏊로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규모다.

국방부는 2017년 2월 화옹지구를 수원군공항 예비 이전후보지로 선정했다. 하지만 화성시는 국방부가 해당 지자체의 의견을 묻지도 않은 채 예비 이전후보지를 선정했다며 결사반대하고 있다. 

특히 시는 화옹지구 일대에 서해안 관광벨트 조성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 일환으로 경기도와 한국수자원공사, ㈜신세계프라퍼티, ㈜신세계건설과 함께 ‘화성 국제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화성 국제테마파크는 약 4조6천억 원을 투입해 남양읍 신외리 송산그린시티 내 동측 부지 418만9천100㎡에 조성된다. 향후 세계적인 테마파크와 휴양·레저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시는 군공항이 들어오면 군비행기 소음으로 인한 주민 및 가축농가 피해와 함께 생태계 파괴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화성지역 군공항 이전 반대 주민들은 군공항 이전을 희망하는 수원시에 이러한 내용을 항의하기 위해 대규모 집회와 1인시위를 열기도 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군공항 예비 이전후보지 지정 절차부터 화성시 의사가 반영돼 있지 않은데다, 선정 과정도 객관성과 공정성이 결여돼 있다"며 "이로 인해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더욱이 화성시도 군공항 피해지역에 속한다. 국방부에서 군공항 이전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화옹지구에서 발견된 수원청개구리.
화옹지구에서 발견된 수원청개구리.

# 화성형 그린뉴딜, 화성습지 보호를 위한 비장의 한 수

서철모 화성시장의 민선7기 후반기 역점사업은 화성형 그린뉴딜 사업 추진이다.

화성형 그린뉴딜은 전 세계적으로 대두된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의로운 경제 대전환이다. 산업 전방위에 걸친 저탄소 연료 전환, 친환경 인프라 구축 등이 핵심 목표로 이를 위해 시는 무상교통정책, 수소충전소 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특히 시는 ‘경기만 그린뉴딜 특화지구’ 지정을 추진 중인데, 이 특화지구는 화성습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화지구는 화옹지구와 대송지구가 유력하다. 화옹지구는 6천214만8천여㎡ 규모이며, 대송지구 4천396만6천여㎡로, 각각 여의도 면적의 22배와 15배에 달한다. 

서 시장은 "수도권 내 대표적 녹지공간인 화옹·대송지구는 정부 주도의 대단위 그린뉴딜 단지 조성에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시는 화옹지구를 농지로 확보해 다양한 식량작물 재배를 유도하고, 스마트팜과 농식품 관련 스타트업 등을 유치해 농업혁신밸리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대송지구는 친환경 생태관광 기능을 중심으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는 수변관광·해양레저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화성=조흥복 기자 hbj@kihoilbo.co.kr

  박진철 기자 jch@kihoilbo.co.kr

사진=<화성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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