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경희사이버대 교수
장순휘 경희사이버대 교수

지난 5월 1일은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KMA : Korea Military Academy)의 개교 75주년이 되는 날이다. ‘육사’는 46년 5월 1일 제1기생 80여 명이 입교해 태릉(泰陵)에서 개교했다. 당시 명칭은 ‘남조선경비사관학교’에서 ‘육사’로 개칭된 것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과 정부 수립이 선포된 후 9월 5일부터이다. 당시 해방 후 국가 사회적으로 혼란기로서 육사 1~9기는 광복군, 일본군, 만주군 출신들이 지원해 단기 40일, 장기 6개월간 속성교육 배출했다. 

반면에 북조선에서는 이미 46년 2월 ‘평양학원’이라는 군간부양성소가 생겨서 일거에 800여 명씩 입소시켜 배출해 북한군 창설을 하는 중이었다. 정부 수립 후 군지휘부는 육사 10기(생도 1기)부터 2년제 과정의 사관생도를 선발해 국군의 정예화를 준비했으나 한국전쟁이 발발해 7월 10일 육사 10기로 임관했다. 비운(悲運)의 생도 2기는 333명이 입교한 지 한 달도 안돼 한국전쟁이 터지자 육사 10기(생도1기)와 전장에 투입시켰고, 98명이 전사, 실종됐다. 

전쟁 동안 동기생 43%가 전사한 ‘죽음의 기수’로 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가장 많은 희생을 한 육사 기수이다. 1996년 육사에서는 생도 2기 전원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해 그 헌신을 기렸다고 한다. 한국전쟁 3년 1개월간 육사장교들은 국가 존망의 위기에서 무수한 희생을 감수하며, 주요 지휘관과 참모로 적과 싸우다가 호국의 제단에 초개와 같이 산화했다. 창군 2년 차의 우리 군은 제대로 된 무기도 장비도 병력도 없는 최악의 상황에서 남침하는 정예 북한군을 상대한다는 것은 패배할 수 밖에 없었던 처절한 혈전이었다. 

최전선에서 육사 장교들이 임전무퇴(臨戰無退)의 화랑도 정신으로 두려움에 떠는 어린 병사들을 독려해가며 싸워서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막았다는 것은 사실(facts)이다. 과장된 말로 육사인의 피가 없는 산하가 어디 있을까? 물론 한국전쟁 기간 중 전몰 장병이 흘리신 피와 함께 산하를 적셨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이승만 대통령은 전쟁이 치열하던 와중에서도 육사의 재개교를 추진해 1951년 10월 경남 진해에서 11기를 선발했다. 입학식에서 이승만 대통령은 "이제야 되었구만!"이라고 혼잣말을 하며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무엇이 되었다는 것일까? 육사를 재개교해 정예장교를 배출할 수 있게 된 것을 왜 되었다고 했을까? 미국에서 오랫동안 독립운동을 했던 이 대통령은 정예장교가 국가간성(國家干城)이라는 것을 미국의 웨스트포인트(West Point)에서 알았기에 유사시 국가를 위기에서 구할 인재(人才)가 정예장교라고 말한 것이었다.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육사 장교들의 희생과 헌신을 배제하고 애국집단을 논하는 것은 불가하다. 이러한 자부심을 가진 육사인들은 전쟁 후에도 ‘조국근대화(祖國近代化)’ 현장에서 탁월한 애국심으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았던 것도 이론(異論)이 없다. 그래서 육사인들은 대한민국과 육사를 동일시하는 강렬한 주인의식 또는 적장자(嫡長子)의 책임감을 갖고 있다. 국가를 위해 죽는 것을 가장 명예롭게 생각하고, 그 가족들까지도 자부심을 갖는 강한 연대감(連帶感)이 종교적 순교(殉敎)수준이다. 그러나 일부 배신적 행태를 보이는 자들이 있기도 하다. 70여 년간 북한군의 집요한 국가전복(國家顚覆)도발은 직접 침투 1천749건과 국지 도발 1천117건 등 무려 3천119건이다. 

1953년 휴전 후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국가안보의 책무에 가장 헌신적인 공로에는 당연히 육사를 최고로 선정한다. 그러한 육사가 고희(古稀)를 넘어서 75년이 됐다. 육사의 공과(功過)에도 역사의 평가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사는 국가와 민족에 대해 그 소임에 충직했던 75년으로 촌평되기에 주저할 것이 없다. 국가가 어려울 때 헌신해온 육사인들이기에 작금과 같이 국기(國基)가 흔들릴 때 다시 ‘위국헌신(爲國獻身) 군인본분(軍人本分)’의 군인정신으로 시대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육사인의 시대적 사명에는 첫째, 대한민국의 국헌(國憲)을 수호하라. 사회주의식 헌법 개정을 막아야 한다. 둘째, 자유민주주의의 정체성을 수호하라. 자유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어떤 상황도 용납해서는 안되며, 국가의 정체성을 수호해야 한다. 셋째,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수호하라. 종북굴중(從北屈中)의 비정상적 국가 경영으로부터 국격을 수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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