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연 전 인천시약사회장
김사연 전 인천시약사회장

인천국제공항이 3월 29일로 스무 살을 맞으며 글로벌 톱5 공항에 선정됐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 중심 공항, 문화 네트워크로 품격 있는 허브공항, 신영역 개척으로 패러다임을 혁신하는 미래 공항 도약’을 새 비전으로 선포한 인천공항은 코로나19로 인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인천시중구장애인종합복지관이 개최하는 제13회 전국장애인문학공모전을 기호일보와 공동 주최해 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감사드린다. 올해는 132편의 작품을 1차 26편, 2차 18편, 3차 88편으로 나눠 심사한 덕분에 응모자들의 작품세계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 중 마음에 남는 작품이 있어 입상과 상관없이 소개하고자 한다. 

윤석만(뇌병변장애 4급, 강원도)의 ‘공항은 저에게 다시 해 보라는 희망을 얘기해 주었습니다’의 주인공은 후천성 좌측 수족 편마비 장애인이다. 우연히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한 그는 비행기가 타고 싶었고 가족들에게 당부해 제주행 비행기 여행을 했다. 그 후로 가끔 강원도에서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 인천공항 열차에 몸을 실었다. 그가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비행기가 이륙하는 광경을 구경하는 이유는 푸른 하늘은 장애인에게 편견을 가진 땅에 비해 누구든 공평하게 날 수 있게 하고, 강한 엔진의 분출력은 지친 삶에 희망과 용기를 안겨 주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코로나19로 한적한 공항을 보며 공항도 자신처럼 불행했던 터널에 들어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편마비로 100m를 걷는 데 1시간이 걸렸던 것을 각고의 노력 끝에 5~10분으로 단축했고, 대학에 복학해 연속 과 수석을 차지해 100% 장학금을 받았던 자신처럼 인천국제공항도 머지않아 역경의 터널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나의순(지체장애 3급, 인천)의 ‘여행이 꿈이 아니었음을’은 한국장애인공단에 장애인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며 장애인콜택시(장콜)의 문제점을 지적한 작품이다. 장콜은 병원 일이 아니고는 인천에서 서울이나 경기권 등 타 지역으로 나갈 수 없다. 한 예로 전동휠체어로만 이동이 가능한 발달장애인은 전라도에 사시는 어머니가 위독해 장콜을 이용하고자 했으나 안 된다고 해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선 일반 택시를 이용할 수 없어 결국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 초록여행으로 미리 예약하면 대기업에서 전동휠체어가 탈 수 있는 차를 무료로 대여해 준다고 하지만 컴퓨터를 할 줄 모르는 어르신들은 이용할 수 없다. 주인공은 부고 등 서류를 제출하면 전국으로 장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한국장애인공단에 당부했다. 

55세인 그는 재학 중인 사이버대학에서 수학여행을 간다기에 민폐를 끼칠 것 같아 포기하려다가 학과 대표와 학과장이 도와준다고 해 용기를 내어 참여했다. 하지만 수동휠체어만 비행기 탑승이 가능했고, 기내에선 맨 앞자리 예약자의 양해를 얻어 학우들과 떨어져 앉아야 했다. 공항에 도착해 계단을 내려갈 땐 학우의 등에 업혀야 했다. 인천공항에 비행기 연착으로 1시간 늦게 도착했더니 공항은 오후 8시가 넘으면 장콜을 이용할 수 없다고 해 지하철을 타고 검암역으로 가 장콜을 불렀다. 장콜은 경유가 되지 않아 한 번 내리면 다시 불러야 한다. 예를 들어 약국에 들러 약만 가져오는 경우가 있는데 단 10분 이내에 볼일을 보고 올 수 있으니 왕복을 해 주면 좋으련만 그렇지가 않다. 내려서 바로 다시 불러놓고 일 보고 그 장콜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버스나 열차를 타고 타 지역으로 이동해 장콜을 이용하려면 사전에 가고자 하는 지역에 미리 서류 접수를 해 장콜 등록을 해야만 한다. 

얼마 전 나도 아내와 렌터카로 2박 3일간 제주도를 관광하며 큰 불편을 겪었다. 지팡이를 의지해 한 걸음이 힘든 몸이지만 호텔은 물론 관광지마다 장애인주차장에 주차할 수 없었다. 주차관리요원은 렌터카 회사가 소재지 동 복지센터에 미리 접수해 장애인주차 표식을 받으면 된다고 귀띔해 줬으나 번거로움이 있으니 기존 장애인주차가능 표식으로 대체하는 등 편의를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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