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완근 인천시 건강체육국장
백완근 인천시 건강체육국장

인천시는 지난달 전국 최초로 치매가족 영화관을 개관했다. 영화관 이름은 ‘가치함께 시네마’다. 1957년 동구 송현동에 문을 연 미림극장을 한 달에 한 번은 오롯이 치매환자와 치매가족을 위해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치매환자들이 답답해하거나 놀라지 않도록 은은한 조명을 켜두고, 누구나 인지하기 쉬운 큼지막한 안내판을 곳곳에 부착하는 등 안전하고 편안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극장 내부를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이지만 이날만큼은 함께하는 관람객이나 직원들도 치매환자와 가족들의 특별한 행동을 모두 허용하고 배려한다. 은퇴 예상 나이보다 이른 시기에 치매로 진단을 받아 은퇴한 경증 초기 치매환자도 일일 직원으로 극장 개관에 참여해 활기찬 표정으로 자신의 역할을 해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올해 전국 치매환자는 약 87만 명(60세 이상)으로 추정되고, 매년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치매관리에 연간 소요되는 비용 또한 2019년 16조5천억 원에서 2050년에는 103조1천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치매환자 가족의 부양 부담은 더욱 크고 무거워질 것으로 예견된다. 어느새 치매는 나와 가족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할 문제가 된 것이다.

 이미 정부는 치매와 동반되는 다양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치매 국가책임제’라는 슬로건을 정하고, 올해부터 2025년까지 ‘제4차 국가 치매관리 종합계획’을 수립해 정책적 지원을 펼치기로 했다. 

 4차 계획의 비전은 ‘사회적 연대를 통한 치매 포용국가 조성’이다. 이제라도 정책적 기반이 마련돼 다행이지만, 정책을 통해 치매 포용이 체감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에서는 10개 군·구에 치매안심센터와 군·구별 분소를 운영 중으로, 치매 진단검사 대부분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누구나 현재 뇌 건강 상태를 정확히 알아볼 수 있도록 치매 진단검사부터 예방, 재활서비스, 가족을 위한 지원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천지역 치매안심센터 치매환자 등록관리율은 44.7%로, 전국 7대 광역시 평균(48.1%)을 밑돈다. 이는 가족 중 치매환자가 있다는 사실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하거나, 치매안심센터가 하는 일을 정확히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젊은 층 치매환자일수록 등록 관리 대상이 되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등 조기치료 골든타임을 놓치는 안타까운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초기의 젊은 치매환자들은 본인이 치매임을 빠르게 자각하고 약물과 비약물적 치료를 병행하는 등 관리를 시작하면 방치했을 때보다 훨씬 더 가벼운 상태의 치매로 안정적인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도 치매환자라는 편견이 두려워 조기 치료를 시작하기까지 시간을 지체하기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중 누구라도 치매에 걸릴 수 있는 만큼 치매는 우리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감기에 걸리면 치료를 받는 것이 당연하듯, 치매도 초기부터 치료를 잘 받아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초기 치매환자가 적극적으로 치료와 관리에 임할 수 있도록 가족과 주변으로부터 따뜻한 격려와 응원이 선행되고, 사회도 함께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겠다.

 더 이상 치매가 우리 사회에서 어둡고 무거운 숙제로 여겨지지 않고 치매가 있음을 감추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치매환자 이전에 한 인간으로 기억돼 즐거울 때 웃고 힘들 때 함께 곁을 지키는 소중한 이웃으로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우리가 기꺼이 치매환자의 이웃을 자처하며 가치 있는 기억들을 쌓아갈 때야말로 치매환자는 물론 그들의 가족까지 체감하는 진정한 ‘치매 포용국가’로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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