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목 PEN리더쉽연구소 대표
홍순목 PEN리더쉽연구소 대표

국민의힘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흥행을 거듭하고 있다. 다수의 인원을 동원해 세를 과시하는 이전의 전당대회와 달리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전당대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누가 당대표에 당선될 것인가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한 여당 국회의원은 "야당이 지금처럼 국민의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는가"라며 부러움을 표시했을 정도이니 국정농단과 탄핵정당으로 찍혀 전국적인 선거에서 연전연패를 거듭하던 지난날을 상기하면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선전이 눈에 띄면서 이전에 영남권과 비영남권의 세 대결은 간 데 없이 사라지고 이제는 신인과 중진이라는 세대 간 대결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 등 신진들은 실력과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신진세력이 시대에 뒤떨어진 국민의힘을 새로운 정당으로 올려놓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다선 중진들은 국회 경험과 정당 지도부 경험을 내세우면서 검증받지 못한 신진 세력에게 대선을 앞둔 당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돌풍을 그동안 언론과 유튜브에 많이 노출된 결과라는 다소 분석적인 설명을 곁들이기도 하고 또 다른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국민들의 의사 표현이라고도 한다. 국민의힘 당원으로서 이번 전당대회를 평가하자면 이준석 대 비이준석으로 나뉘는 전당대회로 흐르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국민들은 선수를 앞세우거나 정당 요직을 거친 주자들에 대한 불신을 이준석 전 최고위원에 대한 선택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령이나 선수나 경험이 전혀 국민에게 어필되고 있지 않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선수와 당직 경험은 어쩌면 위기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탄핵이라고 하는 큰 위기 상황을 겪은 정당이다. ‘향후 대선이나 지방선거를 잘 진두지휘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물음은 ‘과거 당의 위기상황에서 국회의원으로서 당의 중진으로서 현명하게 대처했는가’라는 화살로 되돌아온다. 현재 드러난 여론조사는 국민이나 당원이 중진 주자들에게 그 책임을 묻고 있음이 분명하다. 

국민들은 책임을 묻고 있는데 지목된 당사자가 선수와 경험으로 답한다면 현재 전당대회를 관통하는 큰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찌 됐든 본선 진출자 다섯 명은 확정됐다. 6월 11일 전당대회 이후 누가 당대표가 될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으나 최소한 전당대회에서 최종 당선자를 발표하는 순간까지의 시간은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시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집권 경험을 갖춘 제1야당의 당대표는 어떻게 보면 춘추시대의 구정과도 같다. 

"주 왕실에 대대로 내려오는 구정의 무게가 얼마나 되오?" 춘추오패의 한 사람인 초나라의 장왕이 근엄하게 물었다. 옥새와 함께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구정의 무게를 물었다는 것은 곧 변방에 있으면서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한 초나라도 이제 천자의 나라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회적인 물음이었다.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힘없는 주 왕실을 구한 이후였기 때문에 패자로서 한껏 으스댔을 상황이 가히 상상이 된다. "솥의 무게가 아니라 덕이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입니다." 

왕손만은 이렇게 답을 함으로써 천자의 자리를 넘보고자 했던 초장왕에게 아직 주 왕실의 덕이 마르지 않았음을 경고한 것이다. 결국 이 답변을 들은 초장왕은 머쓱한 채 그대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었다. 당장 손에 쥔 무력이나 실력으로는 주 왕실을 점령할 수 있을지 몰라도 천하를 다스릴 덕이 부족함을  스스로 느꼈기 때문이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어쩌면 국민들 지지를 등에 업고 여타 국민의힘 중진들에게 당대표의 무게가 어떤지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솥의 무게가 아니라 덕이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라고 답했던 왕손만이 뜻하는 것은 남은 기간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경선 문턱을 넘기 위한 스스로의 힘뿐만 아니라 차기 대선과 지방선거라는 큰 이벤트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덕이 있는가를 묻는 물음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기대에 더해 스스로 쌓아온 덕을 증명해 낼 수 있다면 구정이 그에게로 가는 것은 지난 역사가 보여준 수순대로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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