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두 가지가 일치한다면 그야말로 천운이겠지만 대체적으로 어긋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꿈과 현실 사이, 그 좁혀지지 않는 간극은 우리를 번민의 시간 속으로 몰아넣는다. 결국 결론은 해야 하는 일을 먼저 하자는 것으로 결정된다. 이는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는 귀결 같은 느낌마저 든다. 여기까지 읽다 보면 우리네 삶이 안쓰러워 보인다. 하지만 현실을 위해 잠시 꿈을 미뤘다는 건, 완전히 접었다는 뜻이 아니다. 그리고 삶은 알 수 없음의 연속이다. 그 속엔 당황스러운 일도 있지만 놀라움과 즐거움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1995년 영화 ‘홀랜드 오퍼스’는 생계를 위해 이상을 잠시 유보한 한 남성의 30년간의 희로애락을 담은 작품이다.

글렌 홀랜드는 위대한 클래식 교향곡을 완성해 유명한 음악가가 되고 싶은 원대한 포부가 있다. 하지만 그의 나이 30대, 가정이 있는 남성이 꿈만 좇으며 살아가기엔 세상은 녹록지 않았다. 단기 연주자 일자리를 전전하던 그는 안정적인 소득과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위해 고등학교 음악교사로 취업한다. 그러나 동료 선생님은 "교사 업무에 여유는 없다"는 첫 인사를 전하는가 하면, 학생들 또한 홀랜드 선생님의 고리타분한 클래식 음악 수업이 따분하기만 하다.

취업한 지 한 달도 못 돼 다른 일자리를 고민하는 그에게 아내는 임신 소식을 알린다. 그렇게 홀랜드는 어쩔 수 없이 음악교사직에 머무른다. 하지만 이왕 시작하게 된 일, 그는 학생들을 이해하고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쌓인 친밀감을 바탕으로 홀랜드 선생님이 이끄는 합주부의 졸업식 연주회도, 교내 밴드부와 뮤지컬 공연도 모두 성황리에 마무리된다. 틈틈이 자신의 교향곡 작곡에도 매진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학교와 학생들에게 쏟았다. 

하지만 이는 청각장애를 가진 아들과의 갈등 요인이 된다. 듣지 못하는 아들은 음악에 관심이 없을 거라는 홀랜드의 생각과는 달리 아들은 아버지를 통해 음악을 느끼고 싶어했다. 이에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수화로 노래를 부르며 화해한다.

이제 교직과 가정에서 안정을 느끼는 그에게 학교는 재정 악화로 음악 수업을 폐지한다는 소식을 전한다. 30년을 교직에 헌신한 그의 마지막은 저항할 수 없는 해고 통보뿐이었다. 쓸쓸히 짐을 챙겨 교정을 나서는 그의 등 뒤로 강당의 음악 소리가 들려오고, 수백 명의 제자들이 모여 선생님의 오랜 꿈이었던 ‘홀랜드 오퍼스’ 교향곡을 연주한다.

영화 ‘홀랜드 오퍼스(Mr. Holland’s Opus)’는 홀랜드가 작곡한 교향곡 작품을 뜻하며, 동시에 그의 제자들이 그가 평생을 공들여 써 온 작품과도 같다는 의미를 담은 제목이다. 생계를 위해 해야만 하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잘하는 일로 발전시킨 그는 음악으로 학생들과 교감하며 교향곡의 감동에 버금가는 생의 희로애락을 맛봤다. 조금 돌아가긴 했지만, 수천만의 스타는 되지 못했지만 홀랜드는 수많은 학생, 이웃, 가족이 가슴으로 기억하고 사랑하는 한 사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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