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인천재능대학교 세무회계과 교수
이상직 인천재능대학교 세무회계과 교수

올해 교육부 홍보자료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의 6대 핵심기술로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블록체인, 3D프린팅, 스마트모빌리티, 그리고 인공지능을 들고 있다. 본인이 재직하는 대학도 ‘인공지능과 바이오 선도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핵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의 ‘일자리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직업은 사무관리직으로, 이 직무는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을 갖춘 자동화 프로그램과 기계에 의해 일자리가 대체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러한 전망은 회계를 핵심 직무 역량으로 학습하는 학생들의 미래 직업관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킬 뿐만 아니라 직무 관련 양질의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드는 현실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까운 심정이다. 따라서 본고를 통해 인공지능과 회계 관계에 대해 필자의 견해를 밝혀 회계를 학습하는 이들의 불안감 해소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올해 초 내놓은 ‘2020년 12월 결산 상장법인 소유자 현황’을 보면 2천352개 상장사의 주식 소유자(중복 소유자 제외)는 919만 명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전년보다 300만 명(48.5%) 늘어난 규모다. 그리고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가 작년 말 3천549만 개에서 3월 현재 3천962만 개로 400만 개 이상 늘었음을 고려할 때, 현재 주식 인구는 지난해 말보다 훨씬 더 증가해 1천만 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작년 코로나19 사태로 폭락했던 증시가 반등하는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시장에 신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전체 국민의 1/5이 현재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면 주식이 자산운용 수단으로써 상당히 보편화됐음을 알 수 있다. 주식투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량기업과 좀비기업을 구분하고 투자자의 소중한 자원이 우량기업을 통해 확대 재생산돼 투자자의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요즘 관련 업계에서는 코로나발 주식 초심자의 행운이 끝났다는 말이 나온다. 이젠 본격적으로 공부해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말이다. 호황기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에 등장한 수많은 주식·투자 관련 인플루언서들의 인기도 점차 시들해지는 모양새다. 앞으로는 우량기업과 좀비기업을 구분할 수 있는 개인 역량이 우선이며, 이를 위해서는 회계의 한 축인 기업 경영분석, 재무분석, 재무제표분석 등 기업분석 능력이 요구되며 그 중심에는 회계 목적과 사회적 기능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 

회계는 경영의 언어이자 비즈니스 언어로서 인류의 경제 발전과 함께 오랜 시간 공존해 왔다. 지금 현재도 기업 내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특히 주주와 채권자에게 기업의 재무적 정보를 제공해 이들로 하여금 보다 유용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여전히 변함은 없다. 따라서 ‘파우스트’ 작가로 더 유명한 독일의 재상이었던 괴테는 복식부기를 ‘인간의 지혜가 낳은 가장 위대한 발명의 하나’라고 극찬했으며, 굳이 그 위대함을 따지자면 인류의 달 정복 성과 이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최근 현대 인공지능의 원조라고 불리는 IBM 왓슨(Watson)이 헬스케어 사업을 접을 것이라고 한다. IBM은 지난 2015년 ‘왓슨헬스’라는 인공지능을 도입한 이후 미국 내 약 2천500여 개, 국내에서도 2016년 이후 길병원과 화순전남대병원 등 7개 대학병원이 왓슨을 도입했다. 그러나 국내외 사례를 모두 살펴볼 때 그 성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왓슨 도입 이후 6~7년이 지났지만 암과 종양 진단 정확도는 인간 의료진보다 떨어진다. 

가천대 길병원은 2017년 "왓슨의 질병 진단과 예측 정확도는 평균 56%에 불과하다"고 밝혔고, 화순전남대병원도 "왓슨이 소프트웨어 속 자료를 토대로 내리는 진단보다 병원 내 실제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진단이 더욱 정확하다"며 "국내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적절한 맞춤형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계명대 암센터장은 "왓슨 속 데이터가 서양 환자 중심인 것도 이유였지만, 무엇보다 왓슨이 제안하는 치료법이 우리나라 의료기준에 맞지 않게 비싼 것도 재계약을 망설이게 하는 한 이유였다"고 밝혔다. 이처럼 실제 발병원인은 환자 개개인의 인적·재정적·기술적 환경 요인에 따라 다양하고 국가별 발병률이 높은 암이 존재하듯 포괄적 빅데이터로 환자를 진단하더라도 아직은 그 한계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듯하다. 

인간의 질병을 진단하는 인공지능 왓슨이나 법에서 인격체를 부여한 기업(法人)의 양부(良否) 즉, 질병을 진단하는 회계 관련 인공지능이나 그 기능은 매우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즉,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다. 당분간은 인간보다 뛰어난 의료나 회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시기상조인 것 같다. 회계를 핵심 직무 역량으로 학습하는 이들은 즐겁게 회계와 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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