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들이 늘고 있다. 가속화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와 저출생 현상 및 줄어드는 농촌인구 등으로 인해 농촌지역 학교들의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개발이 이뤄지는 도심지역에서 학교 신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과 달리 도서산간 지역 학교들은 당장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를 위기에 처해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농촌지역 학교들의 존립을 위해 교육당국은 그동안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지원해 왔음에도 학생 수 부족이라는 물리적 여건으로 인해 폐교를 막지 못하거나 인근 학교들과 통폐합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실제 경기도내에서 지역 내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된 학교는 89곳(올 1월 기준, 1990년대에 폐교된 5곳 포함)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자 존폐 기로에 놓인 학교들은 생존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포천 영북고등학교는 종합고등학교에서 특성화고등학교로 전환된 2013년 당시 농촌지역 소규모 학교로 지역 인구 감소 등에 따라 매년 신입생 지원율이 줄어들면서 존폐 위기에 놓였었지만 학교 인근에 2개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군사지역의 특성을 살려 2014년 ‘부사관과’ 2개 학급을 개설하는 등 변화된 시대 흐름에 발맞춘 학과 신설·구성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농촌지역 소규모 학교인 화성 노진초등학교 역시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교육과정을 정해 설계와 평가 및 수업계획을 스스로 기획·운영하는 ‘스마트교육과정’을 특색사업으로 실시하면서 스스로 새로운 기회를 마련했다.

 화성월문초등학교는 특색 있는 학교운동부 운영에 나선 사례다. 2006년 ‘골프부’를 창단한 이 학교는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골프 꿈나무 육성을 비롯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골프수업을 실시하며 농촌지역 소규모 학교로서의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편집자 주>

화성월문초 방과후 수업을 통해 골프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
화성월문초 방과후 수업을 통해 골프를 배우고 있는 학생들.

# 지역사회의 노력, 학교를 살리다

화성시 팔탄면에 위치한 화성월문초등학교는 한국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렀던 1953년 4월 월문국민학교로 개교한 이후 아이들의 소중한 배움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산업화 과정 속에서 주민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지역 공동화 현상이 발생했고, 결국 2000년대 초반에는 폐교 위기까지 몰렸다.

사정이 이렇자 동문들과 지역사회는 폐교를 막고자 학교 측과 함께 다방면으로 노력한 결과, 2004년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돌아오는 농촌학교’에 선정됐다.

돌아오는 농촌학교는 교육 여건 개선을 통해 농어촌지역 6학급 이하 초등학교 학생 수를 늘리기 위해 도교육청과 경기도 등이 2003년부터 시행한 ‘돌아오는 농촌학교 만들기 사업’의 일환이다. 이후 학교의 존립을 위해서는 다른 학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특화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은 동문을 비롯한 지역민들은 그 방안으로 ‘골프부’ 운영을 계획했다.

당시만 해도 골프는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운동인 만큼 진로 체험 기회 제공 등 타 학교의 운동부와 차별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과 학생들의 신체 발달과 집중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점, 곧 누구나 생활스포츠로 즐기게 될 종목이라는 판단 등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화성월문초는 2005년 7월 16명의 학생으로 골프부를 창단, 특성화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했다.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만들어가는 배움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만들어가는 배움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학교와 지역사회는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훈련 및 편리한 학습환경 제공 등을 위해 2006년 7월 180㎡ 부지에 8타석 규모 비거리 33m인 골프연습장을 마련했다.

해당 골프연습장은 2층 16타석, 비거리 70m 규모의 인도어 연습장과 퍼팅 연습장, 벙커연습장까지 갖췄으며, 2017년에는 모든 타석에 ‘볼 공급 자동화 장치(Auto T-up)’ 및 실내 스크린연습장까지 조성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골프부 창단 당시 전교생이 79명에 불과했던 화성월문초는 2010년대 중반 100여 명으로 학생 수가 늘어났다. 프로선수를 꿈꾸는 학생들의 유입은 물론 생활체육으로서 골프를 접하고 싶은 학생들의 마음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현재 화성월문초는 전교생이 67명(병설유치원생 4명 포함)에 불과해 각 학년별 학급 수도 1개에 불과하지만 학생의 56%가 인근 향남신도시에 거주 중인 학생들로, 학구 내 원주민 학생보다 많다. 지역사회는 꾸준히 학교를 지원한다. 인근 골프클럽은 월 1회씩 학생들이 라운딩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장소를 무료로 제공해 주고 있으며, 화성시체육회는 장비 및 매월 코치 인건비 등을 지원해 준다. 

이 같은 지역사회의 도움에 보답하기 위해 화성월문초도 교내 골프연습장 시설을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프로골퍼의 꿈을 키워나가는 장원영 군.
프로골퍼의 꿈을 키워나가는 장원영 군.

# 위기 극복의 기반, 눈부신 성과

화성월문초 골프부는 ▶개개인의 체력과 기능을 파악, 능력에 맞는 훈련계획을 수립·지도함으로써 잠재력 있는 우수 선수 발굴·육성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훈련 목적 달성 ▶운동을 통한 사회성 함양 및 전인교육 강화 등을 통해 강인한 정신력과 집중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운영된다.

이를 통해 2013년 ‘제2회 한일 국제 주니어 오픈 선수권 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2013 켄니치골프배한국주니어골프최강전 우승 ▶2013 데브피아배 한국주니어골프대회 우승 ▶제27회 경기도지사배 골프대회 우승 ▶제1회 덕신하우징배 전국남녀꿈나무골프대회 우승 ▶제11회 한국초등학교골프연맹회장배 전국학생골프대회 우승 ▶제2회 ONOFF배 MBN꿈나무골프선수권대회 우승 ▶제20회 경기도교육감배 골프대회 우승 ▶제8회 녹색드림배 골프대회 우승 ▶제8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초등학생골프대회 우승 ▶제28회 경기도지사배 골프대회 우승 ▶제28회 경기도협회장배 골프대회 우승 ▶제45회 전국소년체육대회 단체전 종합 1위(금메달) ▶2016 박카스배 SBS Golf 전국 시도 학생 골프선수권 대회 남초부 우승 ▶제3회 덕신하우징배 전국 남녀 꿈나무 골프대회 남초부 우승 ▶제29회 경기도지사배 골프대회 우승 ▶제30회 경기도 종합선수권 골프대회 우승 ▶2017 KYGA 청소년골프 페스티벌 우승 ▶제7회 마스터전기차배 MBN꿈나무 골프선수권대회 우승 ▶제9회 MBN 꿈나무 골프선수권 대회 우승 등 준우승 이하 성과를 제외한 우승 실적만도 상당하다.

올해 방송인 강호동의 아들이 출전해 화제를 모았던 ‘제9회 MBN 꿈나무 골프선수권 대회’에서 남자 고학년부에 출전해 18홀 합계 2언더파 70타로 공동 선두에 오른 뒤 18번홀(파4)에서 이어진 연장전에서 파를 잡아 우승컵을 거머쥔 장원영(5년)군도 화성월문초만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접한 뒤 전학을 온 케이스다.

장 군은 "원래 안양 범계초에 다녔는데 운동을 하면서 알게 된 형이 화성월문초를 소개해 줬다. 얘기를 들어보니 학교 내 골프부가 있는 점과 운영 방식 등이 프로를 꿈꾸는 나에게 큰 매력으로 느껴졌고, 결국 부모님과 상의 끝에 전학을 오게 됐다"며 "3학년 때 문체부장관배 대회에 처음 출전한 이후 7번의 대회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한 적이 없었는데 전학을 오자마자 6학년 형들을 꺾고 우승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어 연습장 등 다양한 훈련시설이 학교 안에 있어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영국의 로리 맥길로이 선수가 롤모델인데, 앞으로 열심히 훈련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화성월문초는 15명의 학생선수 외에도 전교생을 대상으로 골프수업을 실시(1학년은 안전상 이유로 제외)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년별 수업 외에도 방과 후 수업을 통해 생활체육으로서 골프를 즐기고 있다.

화성월문초 골프부 학생들이 라운딩 훈련을 하고 있다.
화성월문초 골프부 학생들이 라운딩 훈련을 하고 있다.

# 인성교육을 최우선으로

‘더불어 꿈을 키워 가는 행복한 학교’라는 비전을 제시한 화성월문초가 설정한 교육목표의 1순위는 ‘인성’이다. 살아가는 데 다양한 능력들이 필요하지만 인성이 올바르지 않으면 훌륭한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화성월문초의 대표적 프로그램인 ‘P-CLASS(평화를 위한 무학년제 인성 프로그램)’는 대부분 학생의 인성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6학년 학생들이 학년에 구애받지 않고 모두 의형제를 맺은 뒤 월 1회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의형제별 협력학습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혁신학교 운영을 통해 ▶참여와 소통이 있는 학교공동체를 위한 ‘민주적 학교 운영체제’ 구축 ▶친절과 나눔이 있는 교실공동체를 위한 ‘윤리적 생활공동체 형성’ ▶함께 성장하는 교사공동체를 위한 ‘전문적 학습공동체 운영’ ▶배움이 즐거운 수업공동체를 위한 ‘창의적 교육과정 운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학생의 배움과 성장 과정에 대한 고민·성찰을 위한 수업 운영과 학생들이 학급자치회 및 학생자치활동을 통해 의견을 내고 스스로 세운 생활규약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등 학교생활 속에서 민주주의 실현의 장을 체험하고, 학교의 중요 사항 결정 시 ‘교육 3주체(학생, 학부모, 교직원)’의 의견을 통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 밖에도 문화예술교육 등 다양한 학교 특색사업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각자의 소질을 계발하고 미래 꿈과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 배정운 화성월문초 교장 인터뷰

 "학생이 행복한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학교를 운영해 나가겠습니다."

 배정운 화성월문초 교장은 학교 운영 방침을 이같이 밝혔다.

 배 교장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며 "이는 교장으로 취임하면서 마음속에 품은 문장 중 하나로, 교육공동체가 함께 학교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며 "그래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며,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깨닫고 자신의 삶을 그려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 교장은 "소규모 학교의 특성을 잘 살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다양한 활동을 경험해 앞으로의 삶에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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